재계가 중소기업의 회계통제 관련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외부감사대상 자산기준을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특히 오는 4월부터 강화될 예정인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적용범위를 외감법인에서 상장 코스닥법인으로 축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는 22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중소기업의 외부감사 및 회계통제 관련 부담 완화방안' 건의서를 통해, "중소기업의 경우 외감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대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회계투명성 확보장치를 요구하는 것은 현단계에서 무리"라고 지적했다.
상의에 따르면 외감대상 법인 수는 지난 98년 7725개에서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만3007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상의는 "1988년이래 물가상승과 경제규모의 증가에 맞춰 외부감사대상 자산총액기준을 지속적으로 상향조정하여 왔으나 최근에는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회계작성부담 경감을 위해 외감대상기준을 자산 70억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1만338개)으로 상향조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상의는 또 "정부가 외감법인에 내부회계관리제도의 도입을 의무화해 오는 4월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 모범규준'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중소기업에게 대기업 수준의 회계투명성 확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만큼, 적용대상을 상장·코스닥기업으로 국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자산 70억 이상 외감대상 기업의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해 외감법인은 ▲상근이사 1인을 내부회계관리자로 지정 ▲반기마다 이사회 및 감사에게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보고 의무화 ▲외부감사인에 대해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검토의견 의무화 ▲위반시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시키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제도.
정부는 제도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오는 4월부터 내부회계관리 모범규준을 도입해, ▲회계관련 전문지식을 보유한 상근임원을 배치하고 전담조직을 운영할 것 ▲윤리강령과 준법프로그램 등을 제정·운영할 것 ▲회계부정을 막기 위해 내부고발자보호제도를 둘 것 등 내부회계관리제도의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상의는 "외감대상 중소기업들은 통상 한사람이 여러 업무를 함께 맡고, 회계분야 인력 또한 적을 수밖에 없어 현재의 내부회계관리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실정을 밝혔다.
상의에 따르면 모범규준이 도입되면 소규모조직에서 업무처리의 비효율성이 초래되고 회계전문인력 충원과 시스템 구축을 위한 회계법인 및 IT컨설팅법인의 자문수수료 부담 등이 발생하며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제도 불이행에 따른 벌칙, 즉 감독당국에 의한 과태료(3천만원 이하)와 회계법인으로부터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을 당해 신용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상의는 "회계통제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업무의 신축성과 의사소통의 간편성이라는 중소기업의 고유한 장점을 잃게 될 수 있다"면서 "내부회계 관리제도는 상장·코스닥법인만을 중심으로 내실있게 운영하고, 중소기업에는 역량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