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법학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그 30년 동안 제자가 스승이 되었다. 세법의 한 세대가 지난 것이다. 오는 25일 기념 학술세미나를 열어 그 동안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새로운 30년을 기약하게 된다.
1986년 서울대 법대 이태로 교수 문하생들이 세법연구회를 결성한 것이 출발점이다. 그 당시 세법은 거의 불모지였고 겨우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몇몇이 전공하는 정도였다.
세법연구회는 그 이후 폐쇄적 구성에서 외부에 문호를 열기 시작하면서 저변이 확대되었다. 그에 따라 세법연구회는 2002년 7월 사단법인 한국세법학회로 명칭과 조직을 변경하였다.
학회 학술지인 [조세법연구] 가 창간된 것은 1995년 5월이다. [조세법연구]는 2005년에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 학술지로 등재되었고 올해 22년째로 22집 2권까지 나왔다.
2005년은 사단법인 한국세법학회로 명칭을 전환한 해이기도 하다. 회원들이 수년간 기획하고 참여하였던 우리나라 최초의 [조세판례백선]이 세상에 선을 보인 것도 그 해이다.
세법을 다루는 학회는 많다. 한국세무학회, 한국회계학회, 한국재정학회 등이다. 한국세법학회는 세법연구를 본령으로 하는 학회의 선도자이자 중추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 발전과 더불어 한국조세법학회, 한국조세연구포럼 등의 세법연구학회도 활성화되고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세법학회는 세법실무 개선에도 관심을 두어 법원 조세법 커뮤니티와 연1회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국회에서 국회의원, 국회포럼 등 단체와 세법 개정 공동세미나도 열고 있다. 또한 세무 관련 학술단체가 연 1회 여는 조세연합학술대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러한 세법관련학회의 괄목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세법학은 아직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가 OECD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재정규모도 대폭 확대되었으나 재정의 기초이자 동력인 세법의 질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선진세정을 내세우고 있으나 막상 우리 세법은 선진세법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하다.
학회 창립 2년 후인 1988년 발족한 헌법재판소가 세법 영역에서 가장 많은 위헌결정을 내림으로써 세법 발전에 채찍이 되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는 세법전만 들여 보아도 안다. 종전에는 모법은 얼개 규정에 그쳤지만 이제는 하위규정이 모법으로 다수 올라와 충실해졌다. 형식은 조세법률주의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나 그 내용은 아직 미흡하다. 가장 중요한 세법 입안자 과정에서 세법전문가의 참여 수단이 제한되어 있어 좀처럼 전문가의 검증이 어렵게 운영되는 까닭이다.
세법 기초 입안 작업도 아직까지 실무행정가의 손에 맡겨져 있음은 아쉬운 일이다. 한국세법학회는 저변이 확대되고 학회로서 권위를 갖추게 된 만큼 앞으로 조세법의 입법과 집행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법의 기본이론, 비교세법, 국제조세의 연구도 빼놓을 수 없는 숙제이다. 예전에는 소수에 의한 세정만으로도 굴러가는 세상이었으나 이제는 개개 국민이 세법을 모르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세법전문가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다음 세대는 국민 다수가 참여하여 세법을 만드는 시대가 될 것이다. 좋은 세법을 만드는데 한국세법학회가 선도자의 역할을 다하여 주기를 기대한다. 다시금 한국세법학회 30주년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