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한은이..
하루새 17원 이상 떨어졌던 달러/원 환율이 23일 8원이나 더 떨어지자 기업들은 물론 금융권도 아우성이다.
최근 환율 급락세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운용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되며 정부와 국회 등에 대한 원성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재정경제부가 편법적 파생거래로 폭락세의 단초를 제공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은 자료가 발단이 됐기 때문.
환율 급락이후 당국 대응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환율문제에 대해 미흡한 모습을 보일 경우 `500원대라고 보지 말란 법도 없다`는 쓴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수출기업 한 관계자는 "박승 한은 총재와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등 당국자들이 경거망동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발언하면 좋겠다"며 "당국의 권위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정우 위원장이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환율과 유가 아직은 큰 위협이 아니다"고 말해 시장 불안감을 키웠다는 것. 최근 박승 한은 총재가 한 외국 잡지와 인터뷰에서 위안화 페그제 변경 검토를 중국측에 요구하며 "미국이 쌍둥이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국제 환율 조정과 경제정책의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 점에 대한 불만도 담고 있다.
선물회사 관계자도 "비공개 자료가 공개되고 환율 급락 방어보다 내뱉은 말 주워담는다고 난리치는 모습에서 과연 이나라에 리더쉽이 있는 지 의문스럽다"며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취약한 게 아니라 정책 연장선에 있는 당국과 정치인의 취약성이 근본 원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처럼 미숙하고 취약한 국회와 당국의 모습이 계속 보인다면 환율은 전망을 500~2000원 사이로 넓혀야 할 정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것"이라며 "전날 안정될 수 있는 환율을 요동치게 해놓고 이날 수습한다고 야단법석 떠는 것은 병주고 약 주는 척 하는 것일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어설픈 방어에 나서기보다 급락 충격을 경험하게 한 뒤 방어강도를 높여 당국이 권위를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출기업 관계자는 "추락사하는 것보다 서서히 밀리며 늪에 빠져 죽는 것이 더 큰 고통과 공포를 준다"며 "차라리 속도조절 차원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중지해 충분한 폭락을 경험한 뒤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