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부산에 사는 엄혜정입니다. 저는 4차로 합격 했으니까 4차때 수험 이야기는 합격수기, 공부시작부터 3차때까지의 수험 이야기가 실패 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공부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므로 저와 스타일이 다른 분들은 '이런 경우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봐주시면 됩니다. 저와 스타일이 비슷한 분들에게는 조금이 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만약 운 좋게 동차로 붙었다면 중요하지 않은 조세특례제한법은 버리고 공부하더라도 충분히 붙는다고 수기를 작성했겠지만 4차로 힘겹게 쉬는 날 없이 공부한 저의 수기는 누구나 다 아는 일반적이고 지루한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실패원인 분석 그리고 조언
1. 2013년 1차 – 재정학 72.5점, 세법학개론 62.5점, 회계학개론 57.5점, 상법 87.5점, 평균 70점 합격
저는 흔히 얘기하는 전략적으로 1차를 합격한 케이스였습니다. 세법은 말 문제만 풀고 재정학, 상법으로 합격 하자는 주의였습니다. 1차는 운 좋게 합격했지만 돌이켜보면 장수의 지름길이었습니다.
수험생 까페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중급(하)는 버리고 세법도 특정 파트만 골라서 공부하면 된다는 글을 많이 봅니다. 이런 방법은 저의 첫 2차 시험 점수를 보면 아시겠지만 동차 때 처참하게 무너집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공부하지 않았던 파트는 그 다음에 메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 버렸던 파트들은 4차까지 가는 동안 매년 조금씩 채워졌고 4차 때야 비로소 버리는 파트없이 전부 공부했습니다.
또한 세무사라는 직업에 대해, 시험에 대해 잘 모른 상태에서 우연하게 공부를 시작하게 되어 정보가 많이 없었습니다. 흔히 대세강사라는 것도 모르고 혼자서 공부하다 보니 처음 접했던 온라인강의가 직장인 대상으로 하는 강의였는데 이런 강의는 시간 부족 때문에 뒷부분 강의를 잘 안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실패원인 – 재무와 세법 뒷부분을 많이 버리고 전략적으로 공부한 것, 세무사 시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충분한 정보 없이 혼자 공부한 것.
조언 – 세무사 시험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혼자 공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합니다. 그들보다 더 한다면 합격할 확률이 높아지는데 그렇다면 남들이 얼마만큼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터디도 좋고 밴드모임에서 정보를 얻는 것도 좋습니다. 2차생이라면 모의고사반에서 남들의 실력, 내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2013년 2차 – 회계학1부 32점, 회계학2부 29점, 세법학1부 37점, 세법학2부 31점, 평균 32.25점 불합격
첫 2차 시험은 4과목 전부 과락이 났습니다. 1차 발표가 나고 2차 시험 치는 날까지 약 3개월 동안 너무너무 괴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오히려 시험 치는 날에 결과와 상관없이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기쁘기까지 했습니다.
2차 시험은 제 수준에는 너무 어렵고 기본기가 충분치 않았던 상태여서 2차 공부를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1차 시험을 단기간에 합격해 기대에 차있는 남편에게는 매일 매일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척 연기하고 남몰래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귀중한 동차 기간 3개월과 발표나기까지 3개월을 괴로움 속에서 허송세월 했습니다.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로, 1년 더 공부 하더라고 도저히 합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과 함께 저의 첫 2차 수험 생활은 막을 내렸습니다.
실패원인 – 기본기 없는 공부 상태로 무리하게 2차 욕심낸 것.
조언 - 이 때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빠르게 포기하는 것도 지혜인 것 같습니다. 차근차근 공부해서 유예 합격을 노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에서 동차 때 되든 안되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게 사람 잡는 것 같습니다. 안 될 것을 알면서 포기 못하고 공부하는 것은 진짜 괴롭고, 공부가 전혀 안 됩니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정신상태에 빠집니다. 처음 1차시험을 공부할 때부터 2차를 염두해 두고 최종 2차 합격을 목표로 공부해야 좋을 것 같습니다. 2차 시험의 난이도를 미리 알고 계시면 1차 합격 후 맨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저는 정보도 없고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던 터라 세무사 시험이 이렇게 어려운 시험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습니다.
3. 2014년 유예 – 회계학1부 50점, 회계학2부 46점, 세법학1부 48점, 세법학2부 40점, 평균 46점 평락 불합격
첫 동차 불합격 발표가 났지만 계속 절망감 속에 빠져 있었습니다. 유예로 합격할 자신도 없었고 심신은 계속 피폐해져만 갔습니다. 체력도 바닥이고 원인 모를 피로감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공부했습니다. 체력을 키우려고 운동도 했지만 운동을 하면 더 피로감이 몰려 왔습니다.
남들은 유예1기 강의를 듣는데 저는 기본서 강의를 다시 수강했습니다. 1월달쯤엔 도저히 책을 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속이 메스껍고 두통과 피로감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평소에 소화제 등을 달고 살다가 병원에 위 내시경을 하기 위해 들렀는데 뜻밖에 갑상선 항진증 병명을 얻었습니다. 이 때부터 약 1년 정도 약을 먹었습니다.
2월쯤에는 일본으로 시집간 오랜 친구가 죽었습니다. 일본에 며칠을 다녀오고 남들이 유예2기 시작하는데 저는 아직 제자리였습니다. 유예3기가 끝날 때까지 모의고사는 커녕 간신히 기본서와 연습서 강의를 끝냈습니다. 남들은 몇 회독을 했다는 등의 이런 저런 얘기가 들렸지만 저는 연습서 복습도 제대로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실패원인 – 건강, 의식없이 연습서 풀기
조언 – 공부할 때 항상 최상의 컨디션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수험 생활은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항상 평균상태보다 약간 더 좋은 상태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운동이 필수 입니다. 갑상선 항진증은 특별한 원인도 증상도 없고 알 수 없는 피로가 찾아오고 살이 쑥쑥 빠지는 증상이 있습니다.
특정부위가 아프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 가볼 생각을 아예 못했습니다. 하루종일 공부해서 피곤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아침에 늦잠 자니까 하루가 더 조급 했습니다. 컨디션이 안좋아 공부에 집중할 수도 없었습니다. 공부량이 적어 일찍 퇴근 하지도 못했습니다. 한 마디로 엉망이었습니다. 항상 먹는 것 더 잘 챙겨 먹고 운동도 한 과목에 추가해서 의무적으로 해야합니다. 또 잠은 꼭 충분히 푹 자야 합니다.
첫 유예 때는 연습서 난이도와 문제 수에 짓눌려 조급한 마음에 매일매일 기계적으로 문제만 풀어나갔던 것 같습니다. 강의 듣고 강사들이 풀어준 그대로 기억해서 답안지를 채운 것이지 핵심을 알고 문제를 풀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문제를 기계적으로 답안지에 채워나가다 보면 "이대로 하던 대로만 하자"라는 이상한 안도감이 듭니다. 그러나 열심히만 하면 안되고 잘해야 하는 것입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열심히 하는데 불합격하는 이유가 유예 때 저처럼 열심히 만 해서 인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이 사실 전달이 굉장히 힘들지만 중요한 부분입니다.
4. 2015년 3차 – 1차(평균 75점 합격), 2차(회계학2부 과락 불합격)
1차시험도 다시 봐야 했기에 1차 대비겸 기본서를 다시 꼼꼼히 보면서 구조화를 열심히 했습니다. 1차를 합격 못하면 2차도 없다는 생각으로 연습서는 보지 않고 기본서 위주로 공부하고 객관식문제집은 개정사항이 있는 세법만 구입해 기출변형문제 위주로 풀었습니다. 나머지 과목은 기출문제로 커버했습니다. 그리고 선택과목을 행정소송법으로 바꿔 응시했습니다.
1차합격후 2차 시험까지 시간이 많이 없다는 생각에 강의는 안 듣고 혼자 공부했고, 주말에 세법학만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응시했습니다.
유예때 75%의 과락률을 보인 회계학 2부에서 당당히 46점으로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제 실력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했습니다. 유예 때도 법인세 2번문제는 풀지도 않고 부가가치세를 중심으로 풀어서 46점을 받은 경험이 있어 3차 때도 비슷한 전략으로 시험에 임했습니다.
그러나 그 해 회계학2부 부가세에서 익숙하지 않은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서 전략적으로 실패했습니다. 법인세가 탄탄 했더라면 법인세부터 풀었겠지만 법인세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법인세 2번문제는 쳐다볼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부가가치세 문제만 공들여 풀다가 다른 문제는 제대로 풀지도 못했습니다.
실패원인 - 회계학2부 모의고사 연습 하지 않은 것.
조언 - 최근 세무사 합격은 회계학2부 면과가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회계학2부를 정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법인세를 정복해야 합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법인세 뒷부분은 다 버렸고, 소득세도 종합소득금액 구하는 정도만 알고 있었고 세액계산, 양도세 등은 버렸습니다. 유예 실력이 그 모양이니 3차때도 1차를 중심으로 공부해서 실력이 향상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합격을 바랬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3차때 시간이 없다는 강박에 운동 안하고 공부하다가 허리에 문제가 왔습니다. 2차 시험 임박해서는 진짜 단 30분 앉아 있는 것도 힘들고, 공부 집중하는데 많이 방해가 되었습니다. 운동은 정말 필수입니다.
5. 2016년 4차 회계학1부 70점, 회계학2부 60점, 세법학1부 52점, 세법학2부 78점, 평균 65점 합격
4차때 드디어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합격자 발표 일까지 제가 합격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합격, 불합격 생각조차 하기 싫어서 그냥 잊고 살았습니다. 저는 시험치고 나서 답안 맞춰보는 것도, 점수를 예상해 보는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예상은 맞지도 않고 마음만 괴롭기 때문입니다. 제가 매긴 점수, 혹은 제가 받은 점수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지난해 한 과목에서 1점이 부족해 과락으로 낙방했더라도 방심하면 안됩니다. 사실 모의고사 점수도 별로 의미 없을지 모릅니다. 실제 부산에 제가 다닌 학원 모의고사에서 늘 1등 하던 친구도 이번에 불합격했습니다.
합격원인 – 버리는 것 없이 다 공부한 것, 모의고사반 꾸준히 한 것, 회계학2부 유예2기 전에 탄탄히 한 것, 잠 8시간 이상 충분히 잔 것, 주3회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한 것, 쉬는 날 없이 공부한 것,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으로 공부한 것.
조언 - 올해만큼 더 이상 열심히 공부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합격 못했으니그동안 했던 공부와는 전혀 다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조리 공부했습니다. 모의고사반은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힘들지만 진도를 맞춰 해나가야만 했습니다.
수강생들이 몇 명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생님이 힘든 점 상담하면 격려해 주고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 것 같습니다. 시험 임박해서는 지나간 모의고사 점수들, 선생님 격려 말씀 등 이런 것들로 버텼던 것 같습니다.
모의고사에서는 점수 자체보다는 시험 때 이렇게 해야지 하는 전략 세우기에 노력했습니다. 또 답안 적는 것도 매번 시험칠때마다 더 익숙해지도록 노력했습니다. 특히 자신 없는 파트는 답안을 작성할 때 항목별로 쪼개어 부분 점수 받기 좋게 답안을 작성하려고 했습니다.
합격 후 학원 동기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늘 1등하던 친구가 세무회계 과락으로 떨어진 것을 모두 의아해 했습니다. 그 친구는 평소 모의고사에서 세무회계 점수가 늘 80점, 90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모의고사 답지를 본 적이 있다는 동기가 말하기를 답지를 보면 도대체 정답이 어디 적혀 있는지 찾을 수도 없게끔 답안을 작성한다고 했습니다. 학원 선생님들은 학생들 답안을 애정을 가지고 채점하지만, 채점교수님들은 아닌가 봅니다.
회계학2부는 4차때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한 과목입니다. 유예2기 모의고사 반 시작 전 작년 모의고사로 스터디하면서 어느 정도 실력을 쌓았습니다. 저는 쉬운 것은 확실하게 푸는 전략보다 는 무조건 많이 푸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때 정확하게 푸는게 뒷받침 되야 하는데요. 모의고사 반을 통해 충분히 연습해야 합니다.
수험생 까페에서 보면 문제를 전부 풀었는데 과락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평소 모의고사나 연습서로 연습할 때 그 주제의 문제에서 나의 정답율이 얼마였는지 체크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세무회계 연습서 문제 모두를 공부했지만 특히 정답율이 낮았던 주제는 시험에서 나오면 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험에 임했습니다. 예를 들면 퇴직소득 중 근로소득 구하는 문제나 업무용 승용차 중 리스차량 문제는 풀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