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사진 김용진 기자)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놓고 '기싸움'
변협, 입법안 발의자 이상민 의원 사퇴촉구 서명운동
세무사고시회 '맞불'…"특혜 폐지 서명운동 착수"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를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안)을 사이에 놓고 세무사와 변호사 업계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세무사 업계는 법안 통과에, 변호사 업계는 법안 통과 저지에 사활을 걸고 맞붙은 상황이다.
지난 7일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법안심사제2소위에 회부된 가운데, 세무사 업계는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법안 통과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변호사 업계는 이미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의 퇴진운동까지 벌려 놓았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황용환 사무총장은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박탈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즉각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변협은 특히 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상민 의원에 대한 사퇴촉구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변협은 서명운동 취지문을 통해 "세무업무는 세법 영역에 관한 일반 법률사무로서 변호사의 당연한 업무에 속하는 사항"이라며 "현행 세무사법이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당연한 법리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일 뿐 (변호사에게)특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 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세무사법 개정에 반대하며, 변호사 출신임에도 변호사 직역을 축소해 많은 젊은 변호사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있는 이상민 의원에게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세무사법 개정안 저지 및 이상민 의원 사퇴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변협 황용환 사무총장. (사진제공 대한변호사협회)
이에 맞서 세무사 업계도 최근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 추진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국세청 퇴직자 출신이 아닌 순수 세무사 시험 출신의 8000여명 세무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세무사고시회(회장 이동기, 이하 고시회)는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 폐지를 위해 고시회원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시회는 성명문을 통해 "전문성이 요구되는 세무분야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고품질의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회에 대해 현행 세무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변호사의 세무사자격 자동취득규정을 즉각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할 것을 엄중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시험 및 로스쿨 출신자를 위한 변호사시험 응시자 중에 조세법을 선택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2015년 기준으로 사법시험에서 조세법의 선택비율은 0.5%이고, 변호사시험에서는 조세법 선택비율이 1.91%에 불과할 정도로 대다수의 변호사자격자들은 조세법에 대한 전문성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고시회는 "(변호사가)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세무업무를 대행할 경우 그 피해자는 바로 납세자인 국민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조세전문가로서 전국에서 수많은 납세자들의 세무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8천여 회원들과 함께 서명운동 등 세무사법 개정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가결, 지난 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어 논의가 진행됐던 세무사법 개정안은 법소위 재논의를 거치기로 결정됨에 따라 내일(9일) 이번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 표결에 붙여질 기회를 놓친 상황이다.
세무사법 개정안의 법소위 논의 일정은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며, 다음 임시국회 회기 내에서 재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있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법안소위 위원 10명 중 7명이 변호사 출신인만큼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반드시 법개정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