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단체 관계자들과 장애인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임 위원장의 모두 발언을 수화 통역사가 통역하고 있는 모습.
시각 장애인 A씨는 온라인으로 대출을 접수한 후 은행 창구를 방문해 대출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신청자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대출이 안 된다는 의견을 통보했다.
청각장애인 B씨는 카드사에 가족카드 발급을 신청했으나, 본인 확인을 위한 음성통화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카드발급을 거절당했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장애인에 대한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해 관련단체와 유관기관, 그리고 당사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금융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장애인단체총연맹, 지체장애인협회 등 장애인단체와 장애인 및 부모,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은행연합회 등 금융유관기관 등이 참석했다.
임종룡 금융위 위원장은 이날 장애인 금융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 중심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 관련 개선 과제와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한 방법은 현장에 답이 있다"며 "장애인 등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소통 창구를 확대하고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5%에 해당하는 250만명이 장애를 가지고 있고, 이중 90%는 질병·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이다.
그는 "우리 누구도 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장애문제는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우리 사회 전체가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지만 보험가입 거부, 대출 거절 등 장애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는 등 금융권의 애로해소 노력이 좀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기술발달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금융사기, 불법 광고 등에 대한 보호도 더욱 두터워져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장애인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하면서, 금융당국의 관심과 개선을 요청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장애인의 보험가입 제한·차별 관행 개선, 장애인 부양 신탁 규정의 개정 등을 건의했다. 특히 장애인부양 신탁시 증여세 면제(현재 5억원) 한도를 저금리 상황을 감안해 확대하고, 원금인출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한국농아인협회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은 본인확인을 위한 ARS 인증방식이 불편하고, 은행 지점을 방문했을 때 수화통역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애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ATM 기계 접근이 어렵고, 은행에 경사로가 없거나 창구 높이가 높아 불편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에 금융위는 3월 중으로 '장애인 금융이용 실태조사 TF'를 구성해 장애인 및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불합리한 관행과 애로사항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 관행 개선과 금융서비스 인프라 보완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상반기 중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