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욱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좌)과 김용식 관세청 심사정책국장(우)이 고액·상습체납자 입국 시 고가 휴대품 등을 공항에서 압류하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명단공개 대상 고액·상습체납자 3만2816명 '표적'
많게는 수천억, 적게는 수억원의 세금을 체납하고도 유유히 해외를 오고가는 얌체 고액체납자들을 잡아내기 위해 국세청과 관세청이 손을 잡았다.
앞으로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고액체납자들이 사오는 물품은 모두 압류해 국가에 귀속된다.
국세청은 내달부터 국세 고액·상습체납 명단공개자가 입국 시 가지고 들어오는 모든 물품을 관세청에서 압류해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실시된다고 29일 밝혔다.
물품 압류 대상은 국세청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고액·상습체납자 3만2816명으로 모두 국세 3억원 이상을 체납한 사람들이다. 명단이 공개된 체납자 중 국세를 가장 많이 체납한 개인은 전 한보철강 대표인 정태수 씨로 1992년부터 증여세 등 총 73건(2225억2700만원)을 체납했다.
2위는 씨앤에이취케미칼 주식회사 출자자인 박국태 씨로 2014년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총 200건(1223억9600만원)을 체납했으며 그 다음은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었던 최순영 씨가 1996년 종합소득세 등 총 19건(1073억1600만원)을 체납했다.
고액체납자 중 법인 1위는 삼성금은(대표자 박덕순)으로 부가가치세 등 총 14건(1239억1300만원), 2위는 프리.플라이트(대표 성정숙)으로 교통세 등 총 31건(1239억500만원), 3위는 골드매니저(대표 이영제)로 부가세 등 총 4건(940억1000만원)을 체납했다.
단 명단공개 후 체납액의 30% 이상을 납부했거나 명단공개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경우 즉시 휴대품 압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국세청-관세청, 고액체납자 물품 압수 어떻게?
거액의 세금을 체납한 사람들이지만 수시로 해외를 드나들며 호화생활을 해도 본인 명의의 부동산이나 예금 등 재산을 가족 등 타인의 명의로 바꿔 사실상 국세청에서 체납정리를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국세청은 관세청에 체납처분을 위탁, 이들이 국내로 입국할 때 들어오는 모든 물품을 압류해 매각한 금액으로 체납정리를 하는 것과 더불어 해외직구 등 특송품과 수입품까지 모두 압류하기로 했다.
물품 압류 절차는 우선 대상자들에게 한 달 이내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국할 시 물품이 압류될 수 있다는 안내장을 다음달 초 발송한 뒤 오는 5월부터 본격적인 압류에 들어갈 방침이다.
수입물품 압류 대상 명단을 받은 관세청은 해외에서 입국하는 고액체납자를 검사대상으로 지정해 가지고 온 휴대품을 검사한 후 명품가방, 보석류 등 소위 '돈 되는 물건'이 발견되면 현장에서 즉각 압류 처리할 예정이다.
이들이 해외직구나 기타 물품을 수입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압류가 진행된다.
수입신고가 된 가전제품이나 의류 등의 특송품이 체납자가 수입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통관을 보류하고 압류할 예정이다.
일반 수입품은 무역계약 체결 등을 통한 일반적인 형태의 수입물품으로 체납자가 수입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토관을 보류하고 압류한다.
물품이 압류된 이후에도 고액체납자가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고가의 물품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전문 매각기관에 공매를 의뢰하고 소액물품은 관세청에서 직접 공매를 실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압류한 수입물품을 매각한 후 매각비용 등을 제외한 잔액을 체납액에 충당하도록 국세청에 송금한다.
예를 들어 고액체납자가 해외에서 구입한 고가의 명품가방의 경우 종전에는 관세 등 세금만 납부하면 통관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무조건 압류하게 된다.
국내에서 가지고 나간 물품도 마찬가지다.
고액체납자 A씨가 친구들과 골프를 치기 위해 해외로 출국하면서 골프채를 반출 신고하고 입국할 때 다시 들고 들어올 경우 종전에는 제재 없이 통관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골프채를 무조건 압류하게 되는 식이다.
최정욱 국세청 징세법무국장과 김용식 관세청 심사정책국장은 "국세청과 관세청은 이번 조치를 통해 가시적인 체납정리 효과가 확인되고 관세청의 체납정리 인력이 추가적으로 확보되면체납처분 위탁 대상을 고액·상습체납자에 한정하지 않고 점차 확대하는 등 체납징수를 위해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