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1년 도입 예정인 새 보험회계 기준 (IFRS17)에 따라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을 위한 이른바 '축재(蓄財)'를 강화하고 있다. 증자를 위한 갖가지 방안을 추진하고 배당은 가능한 줄이는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기존 대비 최대 50% 배당금을 줄이는가 하면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중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FRS17의 시행을 대비해 보험사들이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에는 후순위채권 발행, 신종자본증권 발행, 유상증자, 이익배당금 유보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며 "후순위채권의 경우 한도가 있는 등 자본의 질이 낮으나 신종자본증권은 이보다 자본의 질이 높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가 돈을 내는 유상증자의 방법을 이용하는 것과 이익배당금 유보로 내부 유보금을 올리는 게 보험사들이 자본을 확충하는 방법으로 가장 좋다고 그는 분석했다.
최근 한화생명은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오는 5월 확정기준서가 나오면 그걸 해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한화생명은 RBC(지급여력)비율이 10%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생명의 경우는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2분기 중 발행할 계획이다.
하나생명도 후순위채권을 이미 300억원 규모로 발행한 것에 이어 200억원 규모의 추가 발행을 앞두고 있다.
KDB생명과 DGB생명은 각각 60억원과 15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최근 발행했다.
흥국생명의 경우는 앞서 3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15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반면 생명보험업계 1·2위를 차지하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아직 자본 확충 계획이 없다.
삼성생명은 아직 확정기준서가 나오지 않아 필요한 자본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대비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도 있는데다가 현재 갖고 있는 기존의 가용 자본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교보생명도 아직까지는 자본 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오는 5월 확정기준서가 나오면 자본 확충의 규모와 시기, 방법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경우도 IFRS17의 영향은 클 것"이라며 "가용자본이 충분할지라도 변수가 있기 때문에 장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자본 확충 금액이 커졌을 경우 그때서야 대비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라며 "시나리오를 미리 짜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과거 에이스생명이었던 처브라이프생명과 알리안츠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 등은 올 하반기에 유상증자와 후순위채권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은 최근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 확충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판이 좋은 회사가 유리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투자자가 잘 모아지지 않는 회사의 경우 금리를 높이는 등의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사들이 줄인 배당금의 규모를 살펴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1주당 1800원이었던 배당 규모를 올해 1주당 1200원으로 내렸다. 따라서 총 배당금 규모는 3328억원에서 2155억원으로 1173억원이 줄었다.
한화생명의 경우는 지난해 1주당 180원이었으나 올해 1주당 80원으로 줄었다. 이에 총 배당금 규모는 1352억원에서 601억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교보생명도 지난해 1025억원이던 총 배당금 규모가 257억원 줄어 올해 768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농협생명의 경우 올해 배당을 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총 배당금 규모는 850억원 수준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