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을 경영할 당시 자신에게만 부여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천문학적인 이득을 독점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BW는 사채권자에게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일정한 가격으로 발행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원칙적으로 기업이 자금을 좀 더 쉽게 조달하기 위해 발행되는 것으로 경영권 확보나 지분율 높이기용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의 불법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에서 중요한 열쇠 역할을 했던 것이 BW다.
지난 1999년 2월 삼성 SDS는 230억가량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를 주당 7,150원에 인수했다. 당시 시장 가격인 1만 4,230원의 절반 수준으로 사채 헐값 매각을 했던 것이다.
이에 특검까지 나섰고 결국 당시 삼성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전 사장은 징역 2년 6개월과 3년을 선고받았으나, 2010년 특별사면 받았다.
삼성의 불법승계에 활용됐던 BW발행을 안 후보가 안랩 주가 이득에 취했다면 대통령 후보로서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본부 2실장인 박범계 의원은 전날(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랩의 BW 발행과 관련해 '헐값발행 의혹'과 '발행목적 불순'을 거론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박 의원은 "안 후보의 안랩 꼼수 지분 강화가 삼성의 편법 증여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은 "안 후보가 보유한 안랩 주식의 상당 부분은 1999년 10월에 발행(주주 중 유일하게 안 후보에게만 발행)된 BW의 신주인수권을 2000년 10월에 행사해 취득한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사진=박범계 의원 페이스북)
현재 안 후보의 국회의원 재산신고에 따르면 재산의 90%가 안랩 주식으로 국회 신고당시 기준 약 1075억원에 달한다.
박 의원은 "안랩은 BW를 발행하기 약 10개월 전인 1998년 12월에 주당 5000원으로 유상증자를 한 후 10개월만에 BW를 발행했고 그 전량을 안 후보가 인수했다. 그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 1710원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안랩은 BW 발행 이후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을 진행해 5만주에 그친 신주인수권은 146만주로 증가했고 안 후보는 기존에 보유하던 주식까지 합해 51%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재산 증식의 단초가 된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어 박 의원은 "10개월 전 유상증자 가격의 3분의 1에 불과한 가격이다. 주식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주가가 희석된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헐값 발행의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또 "안랩의 BW는 만기 20년짜리였다. 발행금액은 총 25억원인데 만기 20년의 장기채권이다 보니 할인 폭이 커서 실제 회사에 유입된 금액은 3억40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면서 "겨우 3억4000만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존발행 주식총수의 38.5%에 이르는 대량의 신주를 발행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즉 안랩 입장에서는 당시 안 후보에게 3억4000만원 정도를 1년간 조달해 운용한 대가로 25억원 상당의 BW를 안 후보에게 넘긴 것이고, 당시 경영자였던 안 후보가 유상증자와 상장을 통해 천문학적인 액수를 취득했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그 결과 안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의 지분율은 대폭 희석됐다"면서 "이게 상식에 부합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또 "안랩 BW의 신주인수권은 발행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행사 할 수 있도록 돼 있었는데 실제로 안 후보는 1년이 지나자마자 바로 신주인수권을 행사했다"면서 "이것은 애초부터 자금조달 목적으로 BW를 발행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며칠 후에 안랩은 안 후보가 보유한 사채권도 조기상환해버렸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안랩이 지난 2001년 9월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안 후보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안 후보의 지분율이 26%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BW의 신주인수권 행사로 지분율을 40%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자금조달 목적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BW를 발행하는 것이 당시 상당한 기업에서 발견되는 문제였다"면서 "안 후보가 보유한 1196억원의 거대한 부는 그런 편법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쏘아붙였다.
□ '삼성저격수' 김상조도 안랩BW 검증 나서 = 특히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는 '삼성저격수'로 불리는 한성대 김상조 무역학과 교수도 함께 했다.
김 교수는 현재 문 후보 측 싱크탱크인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김 부위원장은 과거 삼성 애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과 삼성 SDS BW발행이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승계에 이용됐다는 것을 밝혀낸 인물이다.
김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안랩의 BW 발행과 관련해 목적과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사안을 두고 법률적으로 따지는 것은 어렵지만 대선 후보로 나왔으니 발행 목적이 무엇인지 의혹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압박했다.
그는 "자금조달 목적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BW를 발행하는 것이 당시 많은 기업에서 발견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 SDS BW 역시 헐값발행 뿐 아니라 발행과정 등이 불공정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또 "(안랩은) 당시 주주가 6명이라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정확한 주주명단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과연 주주가 누구였는지, 실제로 주주총회는 열었는지, 또 개최했다면 주주총회 의사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거듭 해명을 촉구했다.
아울러 그는 "헐값 의혹도 문제지만 BW를 발행한 목적이 더 문제"라면서 "BW 발행이 주주총회의 의결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안랩의 정관을 보면 이사회의 결의만으로도 BW를 발행할 수 있는데 상법에 따르면 경영진의 결정에 하자가 있더라도 주주총회를 거치면 해소된다는 점을 이용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 安 후보 측 "강용석 흑색선전 재활용" = 안 후보 측은 "여당 측 인사들이 무차별적으로 제기했던 '안철수 죽이기' 흑색선전을 문 후보 측이 재활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사안은 이미 2012년도에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제기했다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졌던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안랩의 BW 발행은 다른 경우와 달리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의결했다"면서 "또한 당시 외부전문기관의 주식 평가액인 주당 3만1976원보다 높은 가격인 5만원에 발행했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당 반박에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다리던 반응이 나왔다"며 "왜 나한테는 의원직을 걸라고 하지 않느냐. 따져보자"고 추가 의혹제기를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