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은 내게 준 선물"
"'돈이라는 게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지금의 내 가치관은 오히려 가난 때문에 내 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아마도 가난을 버티게 한 나의 자존심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런 가치관은 살아오는 동안 큰 도움이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1월 24일,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피난민으로 함경도 흥남에서 지내다 한국전쟁 당시 '흥남부두'에서 월남해 경남 거제에 정착했다.
이후 문 대통령 가족은 피난민이 많이 살던 부산 영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피난민에게 가난은 천형과 같았고, 당시 예닐곱 살이었던 그는 끼니를 걱정해야할 정도로 궁핍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어린 시절 가난에 대해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가난이 내게 준 선물"이라고 기술했다.
가난에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단련시켜왔으며, 오히려 가난을 통해 서민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전사 시절의 문재인 대통령(사진=문 대통령 측 제공)
■ 뜨겁던 학창시절…'문제아', '학생운동', '특전사'
문 대통령은 부산 명문인 경남중학교와 경남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성적은 우수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먹고 담배도 피우고, 싸움에 말려 정학을 당하기도 하는 등 '문제아'로 불렸다.
대학 입시 첫 해, 서울대 상대에 응시했다 낙방한 후 재수 끝에 1972년 경희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한다.
문 대통령이 대학에 입학한 시기는 박정희 정권의 10월 유신 선포와 함께 민주주의의 억압이 노골화 되던 해였다. 1974년 그는 유신반대 학내시위를 주동하다 체포되어 구류처분을 받고 풀려난다.
이듬해 1975년 4월, 인혁당 사건 관계자들이 사형을 당한 다음날, 사법살인에 항의하는 대규모 학내시위를 주도하다 끝내 구속되고 만다. 그리고 1975년 석방되자마자 징집신체검사와 입영통지서를 받고 결국 강제징집 당한다.
문 대통령은 특전사령부 제1공수 특전여단에 배치된다. 그는 폭파과정 최우수, 화생방 최우수 표장을 받고, 공중낙하, 수중침투, 천리행군, 고급 인명구조 훈련 등을 거쳐 특A급 사병이 된다.
그는 군 생활 경험을 통해 생전 처음 겪는 일들도 도전정신으로 하다보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삶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술회한다.
◆…참여정부 시절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사진=문 대통령 측 제공)
■ 노무현과의 '운명'적 만남, '노무현의 친구'
문 대통령은 전역 이후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후 장남으로서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책임감으로 사법고시에 도전한다.
아버지 49재를 마친 다음날 전라남도 해남 대흥사로 들어가 고시공부에 매달려 치열하게 공부한 끝에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한다. 하지만 다음 해에 있을 2차 시험을 준비하던 중 10․16부마항쟁으로 인한 격랑의 시대에 그는 복학생 대표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다.
고시공부는 뒤로 밀렸지만, 다음을 위한 경험이라는 생각에 80년 4월 학내시위 와중 2차 시험을 치렀다.
결국 전두환 군부의 5․17 확대 계엄 조치가 발동되면서 운동권 핵심이었던 그는 구속됐다. 20여일이 넘도록 갇혀있던 와중, 극적으로 청량리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법시험 합격 통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차석으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지만 시위 전력 탓에 판사 임용에서 탈락,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대형 로펌의 제의를 뿌리치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해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간 그는 운명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두 사람은 인권변호사로써 최선을 다해 일해 부산은 물론이며 인근 울산 창원 거제 등을 망라하는 지역 노동인권사건을 총괄하는 인물이 된다.
그는 당시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했던 6월 항쟁의 기억을 살아 온 동안 가장 보람 찬 일이었다고 '문재인의 운명'에 기록했다.
◆…고향 양산 자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내 김정숙 여사(사진=문 대통령 측 제공)
■ 등 떠밀려 호랑이 등에 탄 문재인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과 마감을 함께 하며 민정수석 2차례와 시민사회 수석을 재임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남북정상회담 성사, 한미 FTA 협약 체결 등에 참여했고, 이는 다양한 정책조율 감각과 국정운영에 대한 균형감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또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대통령대리인단으로 참여해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힘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이후 양산 자택으로 돌아가 지냈지만, 이명박 정부의 공격과,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관련 조사 등 힘든 시기를 보낸다.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다. 역설적이게도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장례 과정에서 상주로써 의연한 모습을 보여줘 국민에게 각인되며 정치인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된다.
이후 2012년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당선된다. 총선승리 2달만에 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저로서는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처럼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피할 수 없는 선택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기술했다.
◆…지난 4월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문재인 대통령(사진=문 대통령 측 제공)
■ '운명'에서 '희망'으로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심상정 후보와 어렵게 야권 단일화를 이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51.6%)에게 3.7%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대선 패배 후 그는 6개월 만에 기자들과의 산행을 시작하며 정치 재개를 알린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10.4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김영오씨와 함께 9일 간 단식했으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2014년 12월 그는 당대표에 출마하겠다고 밝혔고, 2015년 2월 8일 치뤄진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꺾고 당 대표에 당선된다.
문 대통령으 당 대표 시절, 대대적인 당내 개혁과 공천 혁신 등을 천명한다. 당 혁신위원회를 외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 일체의 간섭을 하지 않고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을 대부분 수용하고 통과시킨다. 이 과정에서 호남 기득권 세력 등의 '친문 패권' 공세와 이들과 함께 배를 탄 안철수 전 대표가 탈덩하면서 2016년 4.13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한다.
문 대통령은 혁신위원회를 통해 공천 룰을 제정하고, 10만 명의 온라인당원 입당, 새로운 인재 영입 등의 노력을 통해 민주당을 새롭게 탈바꿈시킨다. 당내 비문계로부터 '당 대표 사퇴' 압박을 받으면서도 공천 룰 혁신을 관철시켰고, 당 대표 사퇴 후, 총선 선거 운동기간 내내 당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를 돌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하루종일 강행군을 하며 발톱이 빠지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분노한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6개월 가까이 주말마다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국민들의 압도적 탄핵 여론에 결국 국회는 지난해 12월 9일 박 전 대통령이 탄핵안을 가결시켰고, 올해 3월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을 파면시켰다.
5.9조기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인수위가 없는 첫 정부임을 강조하며 '준비된 대통령'을 자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 과정에선 '현장 스킨십'을 대폭 늘리고 언론과의 인터뷰에 적극 나서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특히 민주당 경선부터 스스로 '대세'라고 일컬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고, 호남지역 경선에서 60.2%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어 호남 내 강고했던 '반문 정서'를 깨트렸다.
지난 4월 3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한 달여의 시간동안 함께 경쟁했던 경선 후보들의 정책을 일부 수용하면서 당내 통합을 이뤄냈고, YS상도동계와 DJ동교동계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국정농단 사태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지지율이 1~2%포인트씩 차곡차곡 쌓아올려 40%를 돌파, 40%대로 굳건한 지지세를 유지하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친문패권 공세를 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추격을 압도적으로 따돌리며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9일 저녁 지상파3사 출구조사에서 1위로 예측되자, 환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