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여야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인 25일 막판 검증에 속도를 내며 정책과 도덕성을 놓고 집중 추궁을 이어갔다.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청문위원들은 전날에 이어 이 총리 후보자의 부인인 김숙희씨의 미술작품을 전남개발공사가 구매한 것과 관련, 강매 의혹 등을 제기하며 '송곳 검증'에 들어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일부 야당의원들이 이 후보자 부인의 그림 대작(代作) 등을 거론하며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보다 제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의혹만 부풀려 논란이 일었다.
특히 여당은 야당의 정확한 근거 없이 '몰아붙이기식'의 검증이 계속되자 "근거 없는 모욕 주기"라고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중견 작가의 가필과 대작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작품성이 떨어지고 많은 작품이 양산됐다는 제보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하객들이 작품과 관계없이 결혼 축의금 같이 돈 봉투를 내놨다는데 사실이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턱도 없는 모함이다. 제보자를 좀 엄선해주길 바란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를 지켜보던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정 의원을 겨냥, "너무 거르는 절차 없이 (질의가 이뤄진다.) 지금 질문하시는 분도 과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며 "그렇게 정치공세하고 인격 모독하면 청문회 본래 취지랑 다르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정 의원도 "제보 자체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저도) 확신하지 못한다"라고 사실 검증 절차가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2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성호 위원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간사(왼쪽), 자유한국당 경대수 간사가 논의를 하고 있다.
□ 가계부채·성과연봉제 등 경제 현안 검증 = 이 후보자가 '책임총리'로서 역량을 갖췄는지 등을 평가하기 위한 정책 검증도 다양하게 이뤄졌다.
이 후보자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묻는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의 질문에 "부동산 대출 기준을 더 까다롭게, 엄밀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 총액을 관리하겠다"면서 "종합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기준으로 삼는 방안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건설경기를 일으켜 경기부양을 하려했던 박근혜 정부 '초이노믹스'를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 후보자는 또 박근혜 정부 시절 가계부채 해법으로 도입된 '국민행복기금'에 대해서는 "추심기관으로 변질된 것이 현실"이라며 "서민들에게는 채무 종류가 바뀔 뿐이지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의 성과연봉제 개선 필요성 지적에 "공기업 효율화, 생산성 향상이라는 취지는 이해된다"면서도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에서 노사합의 없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무효판정이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사합의를 전제하면 옳은 방향이다. 갈등이 많아서 폐지론이 있지만 노사가 합의하면 인정해야 된다"고 부연했다.
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과 순서를 서둘러서 밝히겠다"고 밝혔다.
◆…2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 이낙연 "젊은 총수들, 골목상권 침범…세상에 나가 경쟁하길" = 특히 이 후보자는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철학과 평소 현안에 대해 갖고 있는 소신을 가감 없이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등 다소 민감한 질문에 대해 견해를 묻자, "대기업 총수들을 향해 간곡한 말씀을 드린다"며 "좀 더 넓은 글로벌 세상에 가서 경쟁하시고 너무 골목으로 들어와서 경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한국 대기업의 젊은 총수들이 한 일이 머릿속에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며 "굳이 떠올리자면 골목상권 침범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합쇼핑몰 입지·영업 제한' 공약에 대해 "총리실이나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부처에서 대통령 말씀보다 훨씬 더 세밀한 면을 들여다보면 좋겠다"며 "약자들이 작은 디테일에서 피해를 보는 게 아닌가. 그런 것들을 살피는 세심한 정부가 됐으면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 이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이 유보(유치원-보육원) 통합 방안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원화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가 많다"고 답했다. 다만 예산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이 후보자는 수도권 군사 접경지역 개발 등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안보상황 때문에 뜻하지 않게 손해를 보는 지역은 국가 차원의 배려나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