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클립아트코리아
40년 묵은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 징수 체계의 대수술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재화와 용역값의 10%를 부가세로 내면 사업자가 매출의 10%를 자진 신고·납부하는 방식인데, 사업자의 매출신고 누락이나 의도적인 폐업에 따른 부가세 체납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땅히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기업이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후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처럼, 신용카드사를 활용한 '부가세 대리징수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세법개정안(7월 예정)에 신용카드사 부가세 대리징수제도 도입방안을 담을지 여부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는 단순 명쾌하다. 신용카드 결제 단계에서 신용카드사가 직접 부가가치세를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부가세는 1977년 도입된 이후 40년 동안 신고·납부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자발적인 성실납세 유도의 근간을 세웠다는 평가도 있지만, 세금탈루가 가장 빈번한 세목(稅目)으로 꼽히면서 징수체계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사업자들이 과세관청에 매출신고를 하지 않고 부가세를 내지 않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사업자는 매장을 고의로 폐업한 뒤 제3자 명의로 매장을 다시 여는 식으로 부가세를 탈루하기도 한다.
작년 부가세 수입은 약 62조원으로 전체 세수(稅收) 가운데서 비중이 크지만 그만큼 탈루되는 액수도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부는 어렵더라도 이중 일부만 양성화해도 비약적인 세수증대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세청은 2015년 초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탈루가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부가세 대리징수제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에는 이 내용을 세제개선 건의안에 포함시켜 기재부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부가세를 원천징수했을 때 일시적으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생기는 사업자들이 다수 발생,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기재부의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부가세가 원천징수되면 상당수 중소형 사업자들이 일시적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은 올해도 세제개선 건의안에 부가세 대리징수제를 포함시켜 기재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자의 자금 부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탈루가 많은 부가세 징수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혀 제도 추진에 힘을 얻은 모양새다.
부가세를 원천징수 했을 때 탈루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정부의 징세비용도 줄어든다.
게다가 복지에 쓸 돈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 입장만 놓고 보면, 부가세 대리징수제 도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원이 투명하게 노출되기에 그만큼 거둬들이는 세금의 양도 많아진다는 소리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1년 현재 한국의 택스갭(TaxGap) 규모는 27조원으로, 부가세가 11조7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택스갭은 정상적으로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고 무신고, 과소신고, 정상신고 후 체납 등을 한 불성실 납세규모를 말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리징수제로 부가세 체납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제도가 마련된다고 해도 실제로 카드사의 대리징수가 곧바로 이루어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어느 업종이라든지 어떤 (탈루)상황에서 제한할지도 문제다. 국세청에서도 부가세 탈루가 많은 업종에 대한 선별 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 매출액에 따라 해마다 바뀌는 간이과세자(각종 증빙을 면제해 세금계산을 쉽게 한 제도, 현 연 매출 4800만원)로 일률적으로 세율이 적용되는 징수시스템을 어떻게 도입할 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1년 신용카드 대리납부제도를 부가세 징수방식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로 주요 선진국에서 카드사 부가세 대리징수제를 시행하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