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품이 해외 시장에서 소비자를 만나기에는 국내 시장에서 보다 더 많은 유통 단계를 거려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각 나라는 상이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어 외국 제품이 현지 시장에서 유통경로를 제대로 통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출경로는 보통 해외에 수입상이 있어 그 수입상이 현지에서의 유통을 전담하는 간접경로와 자사의 해외 사무실이나 현지 법인을 두고 관리하는 직접경로가 있다. 직접경로는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상당한 정도의 대기업이고 현지에서의 경영 노하우도 갖추고 있는 경우에 한한다.
예를들면 전 세계적인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네슬레,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은 충분히 그만한 능력은 있으나 제품의 특성상 현지 판매법인을 두되 자사의 독자적인 유통망을 갖추기보다는 현지 유통망에서 판매하는 방식을 따른다. 두 회사의 해외 시장 유통은 산업재와 같은 유통망의 형식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해외 수입상을 통하여 수출을 하고, 이들이 현지에서의 유통을 관장한다.
현지 유통단계결정 요인
반면 소비재의 고객만족 수준의 사후 서비스는 있지만, 그 자체로서 중요한 수익의 요소가 되지는 못한다. 따라서 산업재는 진입의 장벽이 높고 현지 소비자의 수도 한정이 되어있어 유통구조가 한 두 단계이상을 넘어가지 않는 단순한 구조인데 비하여, 소비재는 여러 단계를 거치고 각 유통단계별 마진도 다르다.
한국의 제조업자는 현지 유통경로에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를 결정하려면 다음의 사항들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 목표 시장의 어느 지역을 먼저 공략할 것인가?
미국의 LA, 마이아미, 시애틀등 모든 지역을 한번에 들어갈 것인지, 일부 지역만 먼저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다, 기후, 소비성향이 다르고, 한번에 미국 전체를 공략하기에는 자금과 인력의 부담이 매우 크다.
- 현지 마케팅을 얼마나 집중적으로 할 것인가?
예를 들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장기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인지, 일시에 대량의 자원을 쏟아부으며 단기간에 승부를 낼 것인지 정해야 한다. 삼성이나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 전 세계적인 동시 공략이 대표적인 예이다.
- 현지 유통대리인들에게 어떤 판매방법을 원하는 가?
위탁 판매, 현지 광고, 현지 전시회, 운송방법등. 예를 들어 현지 박람회에 참가한다면 홍보자료와 샘플 제작 등에 대한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 현지 유통 대리인들에게 어떤 판매 전 및 사후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나?
구매자금 부담을 덜기 위한 신용의 제공, 제품 설치 및 유지서비스, 수리 등. 예를 들면 한국업체들의 A/S망은 세계 최고이다. 외국의 자동차업체나 전자제품이 한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A/S이다.
유통경로별 특징
반면에 일본은 도매업자와 소매업자가 여러 단계로 나누어지는 다단계적인 유통구조이다. 뿐만 아니라 도매업과 소매업자간의 평등한 관계라기 보다는 수직적인 관계이다. 심지어 일본의 할인점이나 마트와 같은 대형소매업체도 도매상으로부터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위의 그림에서 본다면 미국은 매장별 품목의 수가 많고 가격 또한 낮은 할인점 위주의 유통구조이다. 한마디로 월마트로 설명하면 된다. 그냥 중국의 공장에서 사서 인공위성까지 동원한 자사의 운송망을 이용하여 대량 판매한다. 그래서 가격도 싸다.
하지만 일본은 재래시장적인 구조이다. 매장별 품목도 많지 않고 가격 또한 저렴하지 않다. 유통비용이 무척 많이 들어가고 폐쇄적이라서 왠만한 외국업체가 진입하기 무척 어렵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이러한 폐쇄적인 유통구조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은 내가 일본에 양말을 수출하면서 겪었던 유통구조이다. 일본은 이제 자체적인 양말의 생산은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일본적 디자인의 제품은 여전히 일본에서 소규모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양말은 중국에서 수입된다. 하지만 뜻밖에도 미국에서 수입되는 물량도 적지 않다.
같은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핀란드와 같은 나라 역시 대형 할인마트 위주라고 하지만 마트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나라도 많다. 워낙 땅이 넓다보니 동네위주의 중소형 슈퍼마켙위주의 유통구조 역시 공존하고 있다. 이처럼 유통구조는 나라마다 각각 다르고, 한번 정하면 다시 바꾸기 어렵다. 그러니 유통구조는 제품전략처럼 장단기 전략을 동시에 구사할 수있다기 보다는 장기전략 위주로 진행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유통업체 동기부여
일단 정해진 현지 유통업체에게는 내 물건을 될수록이면 많이 팔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같은 경우는 딜러들에 대한 수직적 통제가 가능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브랜드 파워, 규모, 제품의 특성 및 현지의 경험에서 딜러들을 압도할 수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은 매년 외국의 딜러들을 불러모아 컨벤션을 하며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며 파트너 쉽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딜러컨벤션ㅇ까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기업이든 자사의 현지 대리인에 대한 동기부여 정책은 필요하다.
1) 판매원에 대한 훈련
가장 먼저 소비자를 대하는 사람은 역시 판매원이다. 판매원이 기업과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지식이 없다면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판매원이 자사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기법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한국의 본사에서 수시로 기술인력을 파견하여 교육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이들 중에 성과를 올리며 장래에 대한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을 뽑아 한국으로 초청하여 일정 기간 교육을 하며 체험하게 할 수도 있다.
2) 적절한 보상관리
많이 팔기 때문에 많은 보상을 주어야 하는 지, 보상을 많이 주기 때문에 많이 팔리는 지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물음과 같다. 하지만 보상이 많을수록 좋은 것은 사실이다. 판매원에게 팔은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일정액을 보너스로 주는 리베이트(rebate)와 같은 판촉 지원금도 있고, 판매 수량에 따른 제품가격 할인과 같은 회사 차원의 보상도 있다. 또는 훌륭한 성과를 거둔 현지 업체의 판매원과 임원을 같이 초청하여 생산 공정을 견학하게 하며 한국을 즐기게 하는 것도 좋은 포상방벙의 하나이다.
독점요구에 대한 대처
물건이 좀 괜찮다 싶으면 반드시 받는 질문중의 하나가 '독점요구'이다. 일단 독점판매권이 결정되면 계약기간동안 그 시장에서 새로운 유통업체나 바이어의 발굴은 어려워진다. 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들에서는 독점 판매권 부여가 독점금지법에 의해 위배되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독점판매권은 수출업체로서는 여러 업체를 상대해야 하는 불편함과 비용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독점업체가 능력이 부족하거나 성의가 없을 때 발생한다. 기대했던 목표시장에서 성과가 나지 않는데도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점은 아무에게나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경험했던 중동의 어느 포장기계 회사는 스웨덴, 이태리, 일본 그리고 한국의 업체와 독점 계약을 맺어 놓고는 가장 브랜드 파워가 높은 스웨덴 기계가 파는 것도 보았다.
나머지 나라는 독점계약에 묶여서 눈뜬 채로 그 시장을 놓치고 가슴치며 후회하는 실수를 한 것이다. 이런 낭패를 방지하려면 반드시 독점에 대한 대가성을 요구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독점을 주는 대신 연간 판매 수량을 정해놓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러한 요구가 중국에서 왔을 때 연간 30만켤레를 요구한 적도 있다.
실제로 장사하다보면
아주 큰 대기업이 아닌 한 수출 유통경로는 내가 설계하고 정한다기 보다는 현지의 수입상에 의해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제품에 따라 대체적인 유통망은 정해지기 마련이다. 그 다음부터는 나와 현지 파트너간의 협력 여하에 따라 늘어나거나 바꿀 수있다. 처음 수출하는 입장에서야 물이든 불이든 가리지 않고 바이어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함부로 독점을 주지 않는다면 가능성은 언제나 새로운 사람에게 열려있다. 때로는 너무 서두르다 몇몇 나라에서 기회를 놓치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유통전략'에서는 분명 통하는 말이다. 한번 정하면 쉽게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