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7일 정부와 여당이 중장기 조세정책 개혁을 위한 로드맵의 일환으로 '조세공론화위원회' 구성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일제히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았다.
특히 야당은 정부발(發) 세법개정안에 대해 "조세 형평이나 조세 정의 등은 국회에서 결정할 몫"이라고 주장하며, 조세공론화위 출범을 강력히 규탄했다.
정부와 여당이 공론화위 출범 등 증세에 속도를 내는 것을 저지하면서 현실적으로 야당의 협조 없이 국회 통과가 어려운 세법개정안을 빌미로 국회의 당위성을 강조,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는) 졸속 원전폐쇄에 대해 공론화위원회라는 기형적 체계를 도입하더니, 이제는 증세에 대해서도 공론화위를 구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비대위원장은 "증세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시도는 좋지만, 그것이 여야정의 초당적 협치, 의회를 통한 입법이라는 법적절차를 회피하려는 광장정치의 일환이라면 (이는)헌법을 위반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재정은 책임이다. 정부의 책임이고, 의회의 책임이다. (때문에)국가재정의 책임 있는 논의를 위해서 의회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증세공론화위 설치 구상은 여론조사에 정부역할을 내주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질타했다.
바른정당도 증세만큼은 국회의 고유 권한임을 강조하며, 정부의 공론화위 출범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혜훈 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대표성을 부여받지 못한 기구를 통해 증세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 대표는 "조세 법정주의는 헌법, 법률에도 분명하게 정신이 못 박혀있는 국회 고유 기능"이라면서 "증세는 국회의 고유 권한일 뿐 아니라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증세공론화위를 국회 밖에 둔다면 조세법정주의에 반하고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포퓰리즘적 여론으로 무얼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또 국회 안에서 별도로 증세를 논의하는 위원회를 만들자면 그것은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법안소위가 항상 활동하고 있고 전문성도 있다"며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앞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도 "조세 형편이나 조세 정의, 조세 여건 전체를 감안해서 세법 개정 내에서 국회 결정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정치이고 일의 합리적 순서"라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