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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근 칼럼]

집값 '투기와의 전쟁'으로 잡힐까

조세일보 / 변상근 논설고문 | 2017.08.09 08:30

정부 여당이 6·19 집값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 보름 만에 '2차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는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8·2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와 일부 투자자를 집값 급등 주범으로 지목하고 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 지정, 다주택자 과세 강화 등 고강도 규제를 선제적으로 가동해 서울 및 수도권과 세종시 일대 집값을 단숨에 잡겠다는 복안이다. 보유세 강화를 제외하면 꺼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12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대책을 내놓았었지만 찔끔 대책들이 투기내성만 키우고 '약발'이 없었다는 학습 효과를 토대로 '4종 규제세트(청약·거래·금융·세금)'로 한 번에 맹폭하는 초강도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실무를 담당했던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강남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앙등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며 “이 정부가 부동산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보였다. 출범 한 지 석 달이 안됐지만 정책 일관성이라는 점에서 최소 5년 동안 부동산시장을 새로운 구조로 안착시킬 시간이 있다고도 말했다.

김현미 장관은 “부동산정책을 더 이상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아예 선을 그었다. 지난 30년간 반복돼온 시장과의 숨바꼭질을 되풀이 않겠다는 결기다.

시장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면서 부동산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관망세가 겹치면서 당분간 거래절벽이 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대관심은 이번 대책이 정조준하고 있는 투기성 다주택보유자들의 향방이다. 정부는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이번 대책”이라며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팔아 달라”고 종용하고 나섰다.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매 비중이 2015년 이전 대비 2016∼2017년에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들의 투기수요 증가가 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정부는 지목하고 있다.

양도세 중과 예고가 주택처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지만 다주택자들 상당수는 매매 대신 보유를 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양도소득세가 강화된다고 해도 집을 팔지 않으면 세금 낼 일이 없고, 그간 저금리 영향으로 자금력이 충분한 이들은 서둘러 팔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가 팽팽해지면서 긴장감도 고조된다.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하려는 이번 대책이 임대주택 공급 특성과 건설업 경기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난도 줄기차게 쏟아진다. 우리 임대시장의 80∼90%를 민간이 공급하고 있는데,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 규제하면 전세난이 심화되고, 분양시장에서 이들 다주택수요자들이 발을 빼면 건설경기 또한 큰 타격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이번 대책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는 줄고 매매가격은 떨어지는 반면 실수요자들이 매매 대신 전세를 택할 가능성이 커 전세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커진다. 매매가와 전세금 간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사들여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 투자'도 그만큼 쉬워질 수 있다.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집값 상승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 정교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수요억제 일변도 정책으로 과연 집값이 잡힐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공공주택지구 개발, 신규 택지 발굴 등 공급 확대 방안도 담았지만 구체적 계획이 빠진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그쳤다. 참여정부 때도 집값 폭등을 투기세력의 움직임으로 규정하고 투기억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공급계획을 외면해 5년 동안 56%의 집값상승을 불러왔다.

정부는 수도권 입주물량이 2017년 29만호, 2018년 31만호로 공급이 충분하고, 강남 재건축 사업은 지난 몇 년 평균치의 3배가 허가가 났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최근의 집값 상승은 수요공급의 문제와 다른 차원의 과도한 양적 완화에 따른 머니게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과잉유동성과 저금리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이 자그마치 1000조원을 넘는다. 대책 발표 하루 전 KB금융지주가 내놓은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의 제1투자처가 재건축·재개발이었다. 부동산을 기웃거리는 부동자금을 자본시장을 비롯한 생산적 투자처로 흘려보내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갭투자자 가운데 투기꾼들이 끼어 있기도 하지만 갭투자는 일반 직장인들에게 저금리 시대의 재테크 수단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또 중․노년이 된 베이비부머가 노후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은퇴 후 재테크를 부동산 투기로 몰아붙이면 답이 안 나온다. 부동산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전국 주택보급률은 103%, 서울은 97%다. 110% 이상을 넘어서면 '상시 과잉단계'다. 주택 부족이 심각한 시절에 주택은 공공재 성격을 띠었고, 정부가 공급·분배·가격안정 등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택부족이 해소되면서 과잉상태로 진입하는 단계다. 정부가 집값을 시장 논리에 맡기는 연습을 할 때도 됐다.

집값이 '비상식적'인 서울의 강남3구는 학군과 생활편익, 부(富)의 과시욕구 등으로 수요가 항시 넘치는 곳이다. 공급을 늘려달라고 아우성이지만 그렇다고 강남의 녹지를 죄다 풀어 아파트공급을 늘려줄 수는 없다. 서민들마저 빚내서 강남으로 몰려드는 편중된 교육환경만 바로잡아도 강남 집값 거품의 상당부분을 걷어낼 수 있다고 한다.

정부 규제만으로 서민 중산층이 감당할 만한 수준까지 집값을 내리거나 주거환경이 좋은 곳에 공급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장의 수요공급에 맡기되 투기수요를 잠재우면서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정책적 노력 외에 달리 길이 없어 보인다.    

여러 채의 주택 보유를 죄악시하지 않고 다주택 보유자들을 인센티브를 부여해 임대시장으로 끌어들이면 시장도 투명해지고 반발 없는 증세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임대소득과 주택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는 시스템을 갖추면 투기수요가 발붙이기 어렵고 시장 움직임에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는 후진국형 부동산 정책에서도 벗어날 수가 있다. 

경기부양 수단으로 전락했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국민 주거 편익 증진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점은 시의 적절하다. 단지 대출요건강화로 빚을 내야만 집을 살 수 있는 예비 중산층들이 실수요자시장에서 밀려나고, 애당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개념과 무관한 여윳돈 보유자들의 부동산 세습만 강화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인구변화에 따른 중․장기 주택정책의 로드맵을 제시해 주택시장의 불확실성도 제거해 나가야한다.
    


변상근 논설고문

[약력]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중앙일보 워싱턴 주재 부국장, 경제담당 부국장, 편집국장 대리, 논설위원·고문 역임. 고대, 서강대, 외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한양대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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