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사진= 공동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정오께 한국을 도착해 1박 2일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오늘 오후 마지막 순방국인 중국으로 떠났다.
2박 3일의 일본순방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골프회동, 정상회담, 만찬 및 일황 방문 등 다소 소프트한 일정을 소화한데 반해, 우리나라엔 비록 1박 2일이지만 국빈방문임에도 불구, 휴식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강도 높은 일정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세계 최대의 해외미군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토마스 밴달 미8군 사령관 등 군수뇌부로 부터 북핵으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경계상황을 보고받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깜짝영접함으로써 모두를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방한하는 미국 대통령을 청와대가 아닌 미군기지에서 영접한 것은 처음 있는 파격적인 일인 만큼 금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는 점을 방증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순방 시 아베 총리가 보여준 근접· 친밀 외교를 의식해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벤트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트럼프 대통령, "한국 무기 구매, 한미 FTA 불공정"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군사적 전략자산 획득 관련 언급한 대목을 두고 한국의 대량 무기구매를 기정사실화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무기 구매와 관련하여 상당한 물량을 획득하겠다고 했고, 그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이미 한국 정부와 협의가 끝난 부분도 있다고 우리 측의 대량무기구매를 확인하는 발언을 했다.
또한 전략자산과 관련해 전투기든 미사일이든 미국 장비는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군사자산이므로 한국의 전략 방위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도 무기 구매를 재촉하는 듯한 발언도 덧붙였다. 그리고 한국의 무기 구매는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가 출신이며 능수능란한 협상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고도의 심리 전술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쟁점사항 중 하나인 한미 FTA 와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가 시간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원론적인 대응을 한 부분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 FTA 체결이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좋은 협상은 아니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한국 측 교역협상단에게 한미 FTA 관련 조속히 협상을 진행할 것을 지시한 점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FTA 재협상에 대해 한층 속도감 있는 진행을 요구한 것이고, 재협상 테이블에서 미국 측이 (주도권을) 유리하게 가져가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FTA 재협상을 애초 계획한대로 우리내부 절차가 정리되면 즉시 재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향후 한미 FTA 재협상 과정이 매우 힘든 과정이 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이러한 실리적 이득을 챙기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국가이고, 항간에 떠도는 한국을 우회(코리아 패싱)하는 일과 결코 한국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등 우리 측 입장을 고려한 발언도 곁들였다.
또 한반도 주변에 미 항공모함도 있고 핵잠수함 역시 배치되어 있다면서 미국이 기대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것(전략자산)을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어 북한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미‧북간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불가함을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 마지막 일정인 국회 연설에서 전날 정상회담에서 언급했던 내용에 더해 '인천상륙작전의 의미', '한국의 고도성장에 대한 치하',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및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 '북 인권 개선 촉구 등 한국과 우호관계를 넘어선 혈맹관계를 확인'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이번 순방의 대미를 장식했다.
◆…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 (사진= 국회사진취재단)
문 대통령,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 미국과의 동맹관계 재확인"
문 대통령은 7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문 시 예외적인 방식의 영접을 행함으로써 한국 정부와 국민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은 7일 정오께 캠프 험프리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기지 내 한미장병들과 오찬을 하면서 미군은 우리와 피로 맺은 혈맹관계이고, 한반도 평화와 나아가 동북아 평화 번영을 함께 이루어 나가자라고 말했다.
이어 공식 환영 행사를 통해 25년 만에 국빈의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그 일행에게 최상의 예우를 했다. 이런 환대에 대해 트럼트 대통령은 매우 아름다운 환영식이었고, 이 기억을 마음에 담아 가겠다고 화답하는 등 양국 정상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문 대통령은 단독‧확대정상회담에서 북핵 대응과 관련해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통해 평화적 해결을 하겠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핵 대응에 대한 양국 정상의 일치된 자세를 강조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자산 구매, 한미FTA 조속한 재협상 등 경제적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다소 불협화음이 생기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하겠다는 의도인 지 물어보는 기자에게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나아가 동북아 평화 번영을 위해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혀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및 러시아를 많은 국가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북핵 문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 될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문 대통령의 중국, 아세안 국가, 러시아는 물론 EU 국가와의 다변화된 외교정책에 대해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동맹 관계임을 수차례 언급했다. 따라서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이 얻은 최대 수확은 '한미 양국의 굳건한 동맹관계 재확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날 오전 양국 정상의 DMZ 방문 행사가 이루어졌다면 한미 동맹의 방점을 찍는 전 세계적 뉴스가 될 수 있었지만 DMZ 지역 기상악화로 문 대통령만 방문하게 된 부분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자산 구매 , 한미FTA 재협상 등 한국 측으로서는 부담스런 부분이 큰 것이 사실이며, 이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정부가 풀어야 할 향후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정부 부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사안들을 주도 면밀하게 검토하고 준비하여 향후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테이블에서 실익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