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실질적인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꾀한다.
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문재인 정부가 테마로 잡은 '사람중심 경제'로 전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 수준인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맞이하는 만큼, 소득수준에 걸맞은 '삶의 질'을 높이는데 경제정책을 중점을 두겠다는 방향성도 설정하고 있다.
삶의 질, 소득수준에 뒤쳐져…
정부에 따르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9700달러였는데, 내년 3만2000달러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진입을 앞두고 있음에도 삶의 질은 소득수준에 비해 뒤쳐진 모습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우리나라의 삶의 질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서 29위(올해 기준)를 차지했다. OECD 등 38개 주요국의 소득과 삶의 질의 상관계수는 0.87로 매우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삶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주거, 소득, 고용 등을 따진 우리나라 삶의 질을 평가했을 때 주요국에 비해 미흡하다.
주거의 질의 27위로 취약하다는 평가다. 주거 내 기본시설, 개인당 방 수 등을 따진 것이다.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지 보는 부분에서도 최장 근로시간, 여가부족 등의 영향으로 취약 순위인 35위를 기록했다. 가계소득도 23위로 미흡하다는 성적표를 받은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서는 소득 3만불 시대에 걸맞은 국민 전체의 삶의 질 제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자리 만들어 가계소득 늘리기
정부는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일자리, 소득 여건을 개선하는데 집중한다.
우선 민간에서 일자리 늘리기다. 각종 국내 투자유치 지원제도를 고용창출 중심 지원으로 손질한다. 설비투자가 없더라도 새로 일자리를 만들었을 때 채용인원 1명당 일정액을 공제해주는 '고용증대세제'도 시행된다.
청년층의 취업지원 서비스도 늘린다. '청년 중소기업 취업보장 서비스'를 새로 만들고, 1대1 전담 매칭 서비스 등을 통해 청년 구직자 1000명에게 3년 간 양질의 중소기업에 취업이 보장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이 직접 참여·기획하는 '청년일자리정책 제작소'도 운영한다.
특히 일자리 예산은 1분기에 34.5%를 투입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도 올해(2만2000명)보다 늘린 2만3000명으로 잡았으며, 전체의 53%를 상반기에 채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공무원 선발 소요기간은 1~2개월 줄인다.
또 주거비·의료비·교통비·교육비 등 핵심 생계비 경감 등으로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 증대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주거는 공적주택을 계획대로 차질 없이 공급(2018년 19만호)공급하고 주택금융을 개편한다.
의료 분야는 MRI·초음파 등 의학적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에 넣으면서 보장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전액 국고 지원(2018년, 2조586억원)으로 추진하고 반값 등록금 지원대상도 늘린다.
혁신성장, 경제·사회 전반으로 확산
혁신성장을 체감할 선도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성장을 통한 국민소득 증대는 삶의 질 개선의 기본전제이나, 최근 주력산업의 약화되고 신산업 육성이 지체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국가 빅데이터 지원체계 확립 ▲업종·규모별 스마트 시범공장 구축 ▲스마트팜 ▲규제샌드박스 ▲공공기관 부지 활용한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 ▲드론, 자율주행차 등 기술개발 R&D 확대 등 핵심 선도 사업으로 혁신성장의 성과를 조기에 가시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DNA 프로젝트, 정부 R&D 질적 성과 제고 등 과학기술을 혁신하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하기로 했다.
특히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도 없앤다.
이를 위해 핵심 선도 사업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를 본격 추진한다.
이는 기존 규제 적용을 탄력적으로 유예·면제해주는 제도다. 핀테크, 드론, 자율 주행차 등 핵심 선도 사업 추진을 위해 이 제도의 입법을 조속히 완료하기로 했으며, 국회입법 전이라도 현행법내 정책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규제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4차 산업혁명 대응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스마트공장 전용 정책자금인 '제조현장 스마트화 자금(2018년, 3300억원)'도 신설한다. 중소·중견기업 수주 확대를 위해 공동보증제도 요건을 완화(5→2개 기관 합의시 발급)하기로 했다.
성장 과실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법 체계를 정비한다. 과징금 부과기준율 상한을 2배로 높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가맹·유통·하도급·대리점 등 4대 분야 '갑을 관계 개혁' 종합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장이나 남용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법집행을 강화하고, 총수일가의 경영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주주의결권 행사 확대 및 이사·감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내에 설치될 재정개혁특위의 논의를 바탕으로 공평 과세에 역점을 두는 세제개편을 추진한다.
근로취약계층에 대해 일자리 지원, 근로자·영세사업자에 대한 EITC 확대 등 세제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평과세 차원에서 주택임대소득에 대하나 과세를 적정화하고 다주택자 등에 대한 보유세 개편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높인다. 내년 말까지 공공기관 관리체계에 대해 전면적으로 개편하기로 했으며, 내년 초엔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화…중장기 대응 어떻게?
우리 사회와 경제에 중장기적 위협요인으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꼽히고 있다. 라가르드 IMF 총재는 한국을 "집단자살사회"로 표현했을 정도로, 이 사태를 계속 방치했을 때 우리 경제·사회는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많다.
정부는 미래대비를 위한 중장기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4대 전략 과제로는 장래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응한 경제·사회 제도혁신, 4차 산업혁명 등에 대응한 산업생태계·교육혁신, 세계경제질서·무역구조 등 통산환경 변화에 대응한 대외통상, 양극화·사회갈등 심화에 대응한 사회통합 등을 제시했다.
또 저출산·노인빈곤·여성고용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장기적 시계에서 선제적 재정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할 때 중기지출계획을 상향 조정할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저출산 대응 시스템을 원점 재검토한다.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맞춤형 지원체계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혼인·출산 단계에선 신혼부부 주거안정을 위해 5년 간 임대주택 20만호를 공급하고, 기존 주택도시기금 대출보다 금리부담은 낮고 대출한도는 확대된 금융상품을 신설한다. 양육단계에선 아동수당 지급 등으로 초기 양육부담을 덜어준다는 방침이다.
또 직장어린이집 설치·운영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공동어린이집 도입·확산시키기로 했다.
내년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변화를 가한다. 체감도 높은 핵심과제를 발굴해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