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상장사의 감사위원회가 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의무만 이행하는 수준으로 회의 안건을 설정하는 등 수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삼정KPMG의 <감사위원회 저널 5호>에 따르면 코스피 200대 기업의 2016년 사업연도 감사위원회 안건 분석 결과 안건 1892건 중 최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내부고발제도'나 '사이버보안 리스크'를 안건으로 다룬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감사위원회는 주로 재무감독(38.3%)과 내부감사 감독(17.7%), 외부감사인 감독(15.5%) 등 상법과 외감법으로 강제되는 사항들만 안건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KPMG 인터내셔널이 글로벌 기업의 감사위원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과 심층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최근 3개년 동안 글로벌 기업의 감사위원회는 재무감독 뿐만 아니라 CFO조직의 전문성 강화, 신규 회계기준 도입 대비, 사이버보안 리스크 대응 등의 주요 안건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기업의 감사위원회는 법에서 요구하는 사항 외에도 기업과 관련된 규제와 환경 등 다양한 안건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감사위원회에서는 새 회계기준 도입 대비관련 안건이 1892건 중 1건에 불과했고, 세원잠식과 소득이전 대응 관련 안건은 2건으로 집계됐다.
또 핵심감사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핵심감사항목 선정 관련한 안건도 17건으로 조사 대상 중 0.9%에 불과했다.
신경섭 삼정KPMG 감사부문 대표는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와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기업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감사위원회가 글로벌 거시환경 변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보다 능동적으로 감사위원회 안건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정KPMG는 이번 저널을 통해 국내 상장법인의 내부회계관리·운영조직 현황 실태도 소개했다. 국내 기업 10개 중 9개는 내부회계관리·운용조직에 공인회계사가 부재한 것으로 조사돼 회계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널은 “선진국의 경우 사베인즈-옥슬리법(SOX) 도입 2년차에 새로운 기준에 대해 외부전문가(공인회계사)에 컨설팅을 받은 비율은 무려 83%에 이르렀다”며 “외부감사인의 감사로의 인증수준 상향에 부합하도록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재설계하고 내부회계관리·운영조직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회계전문가를 통해 규정 준수와 실질적인 조직 운영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경 삼정KPMG ACI 리더는 “내부회계관리·운영조직의 인력 규모가 충분한 것으로 보여도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운영과 감독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등 한계가 많다”며 “내부회계관리·운영조직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공인회계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