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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찍어낸 붕어빵, '모범납세자'

조세일보 / 이희정, 염정우 기자 | 2018.03.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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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인가요?…너무나도 똑같은 포상후보자" = 국세청이 지난 1월 말 홈페이지에 공개한 포상후보자 사전검증 명단. 국세청은 엑셀파일로 후보자들의 명단과 주요공적을 공개, 매년 사전검증을 하고 있지만 후보자 629명의 주요공적은 모두 똑같았다.

"모범납세 포상후보자 사전검증 자료가 너무 부실한 것 아닌가. 세금납부 내역 등을 공개할 수 없는가."(기자)

"세금납부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포상후보자 중 어느 업체가 더 나은지 살펴 보려면 개인적인 내용을 다 공개해야 하는데, 모범납세자 상 하나 받자고 공개재판을 받는 식이 된다면 누가 상을 받으려고 하겠는가."(국세청 관계자)

매년 3월3일은 납세자의 날.

올해의 경우 3일이 일요일이었던 관계로 월요일이었던 지난 5일 정부가 마련한 납세자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축제는 끝이 났지만 의문은 풀리지 않고 남는다. 그 의문은 매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납세자의 날 크고 작은 훈포장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들이 과연 제대로 된 '모범납세자'인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 의문을 만들어 내는 주체가 포상 후보자를 선정하는 '정부' 스스로라는 점이다.

납세자의 날(3월3일)은 국세청 개청일이자 국가가 대한민국의 모든 납세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날이다. 특히 수 개월 동안의 선발과정을 거쳐 엄선된 수 백명의 모범납세자들에게 훈포장 등이 수여된다.

훈포장 수상 모범납세자들은 '훈격'에 따라 세무조사 유예 혜택에서부터 금융사 자금 융통시 금리 우대까지 크고 작은 혜택을 부여받는다.

성실한 납세를 이행했다면 당연히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매년 정부가 엄선해 올린 모범납세자들에게는 탐탁지 않은 시선이 따라 붙는다.

그들이 과연 국가 공인 모범납세자로 선발되어 이득이 되든 안 되든 나라에서 주는 혜택을 받을 자격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 여부다. 일반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액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선발된 모범납세자들의 세금 납부 내역 등을 소상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국가는, 이를 '비밀주의'로 묶어 놓고 있다.

'우리(정부)가 잘 살펴보고 선발했으니 너희(국민)는 그냥 믿어라', 이런 식이다. 이런 상황이 매년 반복되다 보니 정부 스스로 납세자의 날 권위와 명예 실추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국세청, 모범납세자 사전검증은 '답정너'(?)

세금을 내고 있는 국민들 중 극히 일부만 선정되는 모범납세자 선정 과정은 무엇보다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공개되어야 하지만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특별한 공적을 세워 상을 받는다면 상관이 없지만 모범납세자 선정은 말 그대로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를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검증이 되어야 한다.

지난 2014년 배우 송혜교씨의 탈세 사건은 세간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유명 여배우의 탈세라는 자극적인 소재도 소재지만 문제는 정부가 그를 모범납세자로 선정해 훈포장을 수여했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모범납세자 선정과 사후관리 부실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고 국세청은 후속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었다.

그렇다면 4년이 지난 현재, 무엇이 달라졌을까.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도 모범납세자 선정 과정은 물론 왜 선정됐는지 여부는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모범납세자 선정 과정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의 신조어)'라는 농담 아닌 농담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연중 수시로 모범납세자 후보를 추천 받는다(자천+타천). 이후 내부적으로 훈포장 후보자들을 선정한 후 일정기간 동안 '공개검증' 명목으로 훈포장 후보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 중에서 일정 숫자는 탈락을 시킨 후 훈격을 정해 매년 3월3일 납세자의 날 행사 수상대에 올려보낸다.
 
일단 훈포장 후보자 명단 공개 방식부터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가 힘들다.

'달랑' 국세청 홈페이지에 열흘 정도 공개하는 것이 전부다.

올해의 경우에도 629명의 훈포장 후보자 명단을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아예 이마저도 삭제한 후 500여명을 최종 훈포장 수상자로 정해 행사를 치렀다.

제공되는 정부의 수준은 차마 공개검증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수준이다. 

공개되는 정보는 후보자의 성명(기업명) 정도에 불과하다. '주요공적'을 따로 적어놓기는 하지만, 훈포장 후보자 629명의 주요공적은 전부 똑같다('성실한 납세로 국가재정에 기여하고, 건전한 납세풍토를 조성한 모범납세자'). 이 정도 수준이면 아예 관심을 갖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는 형편인 것이다.
 
비록 후보자 선정 시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미투(Me too)' 운동의 표적이 된 배우 오달수씨 또한 버젓이 '성실한 납세로 국가재정에 기여하고, 건전한 납세풍토를 조성한 모범납세자'로서 훈포장 후보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들이 어느 정도의 세금을 납부했고, 실제로 사회적으로 어떤 기여를 했는지는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다.

원칙은 존재한다.

모범납세자 선발 기준은 추천기준일 현재 3년 이상 계속 사업을 하는 사업자로 법인의 경우 법인세 5000만원 이상 납부한 자, 개인사업자의 경우 소득세 500만원 이상인 납세자다.

소상공인의 경우 3년 이상 계속 사업자로 상시근로사 수가 5인 미만의 소기업이며 법인의 경우 제조업은 직전 사업연도 외형 30억원 미만, 기타 업종은 외형 15억원 미만, 개인사업자는 제조업의 경우 직전연도 연간 수입금액 10억원 미만, 기타 업종은 5억원 미만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 또한 잘못이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일정 규모 이하, 일정액 이상~일정액 이하의 세금을 납부한 이들만 딱 잘라서 국가에서 주는 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 놓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조세전문가는 "정부 입맛에 맞는 이들을 뽑기 위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이러한 기준 자체가 납세자의 날 권위와 명예를 스스로 깎아먹는 것이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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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도 모범납세자 아닌가요?" =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모범납세자들의 주요공적(납세자의 날 행사는 기재부가 주관하지만 모범납세자 선정은 국세청에서 하고 있다). 선정된 이들이 얼마나 세금을 납부했는지 등 구체적인 공적이 나와있지 않아 외부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 알기가 어렵다.

그나마 후보자들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이후, 일부 수상자 명단에 주요공적이 적혀있긴 하지만 이 또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세금납부 실적, 과거 체납 유무 등 정보는 전혀 알 수 없다.

올해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김혜수, 하정우씨(본명 김성훈)의 주요공적은 '다수의 작품에 참여하며 한국 대중문화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했고 이를 기반을 둔 한류산업을 통해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함'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금탐산업훈장을 받은 주식회사 유영산업의 공적은 '품질혁신과 공정개선 등을 통해 5000만불 수출탑을 달성했으며 복지관무료급식 행사를 실시하는 등 국가경제 및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함'이었으며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 주식회사 영진종합전자의 공적은 '오랜 경력으로 업계 현황이 밝고 우수한 경영 능력을 보유, 중국 등 저가제품의 경쟁에서 우위가 있으며, 해외법인설립 등 부품 수출에 기여함'이었다.

국민들 입장에서 이들이 왜 모범납세자인지 납득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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