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방자치단체들의 사회적 비용(시설보수 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새로운 세목인 이른바 '관광세'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이 세목을 도입하고자 할 때 지자체의 특성에 맞게끔 조례로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무열 박사(경북대 법학연구원)는 지난 21일 중앙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2018년 한국세무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에서 '독일의 숙박세 제도와 입법론적 시사점'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관광세는 여행자 각자에게 인두세 방식으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가령, 국립공원 입장료에 소액의 세금을 물리거나, 호텔에 묵는 관광객 1명당 일정한 세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독일의 사례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독일은 숙박행위에 대해 지자체가 독일 기본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세목 신설권에 따라 조례를 제정해 숙박세를 징수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해 열악해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세원을 발굴하면서 재원확보에 나선 사례다.
과세에 대해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독일 트리어시는 2010년부터 숙박세를 징수하고 있었으나, 조례에 담긴 숙박세 과세대상이 사업상 필수적인 숙박행위와 일반 숙박행위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숙박행위에 일괄 과세했기 때문에 독일 기본법에 반하여 조례전체가 무효가 된 바 있다. 이후 독일연방행정법원의 판결을 반영한 새로운 숙박세 조례를 제정한 뒤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논문은 "독일의 지자체는 지방세조례주의를 통한 입법권을 가졌기 때문에 지자체 스스로 조례를 제정해 숙박세 제도를 시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이 같이 지자체가 스스로 세원 발굴을 발굴‧징수할 수 있는 기반을 닦고 있다. 앞서 지난달 청와대는 지자체 스스로 지방세목을 신설·지방세율 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세조례주의'가 담긴 개헌안을 발표했다.
논문은 "지방세조례주의가 보장되는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간접세이면서 소비세적 성격을 띄는 관광세를 지자체별로 필요에 따라 조례로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지자체에서 자주적으로 관광세를 징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관광자원의 보전과 개발, 외부불경제 효과 등은 해당 지자체별로 특성이 다른데, 이를 국가 법률인 '지방세법'에 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서다.
이중과세 논란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논문은 "관광세 이외에도 새로운 과세대상을 선정하는 경우 기본적인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특히 헌법상 평등원칙 뿐만 아니라 조세정의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또 "국세인 개별소비세의 지방세 이양과 함께 특정장소에 관한 개별소비세를 장소레저세 형태로 도입하면서 관광세를 입법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