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공부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이 있겠죠. 혼자서는 만족하지만 출제자가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몇 번의 고배를 마시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죠. 자신감을 가지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다만 그것이 객관적으로 검증 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수익에 관한 챕터를 공부하고 나서 이 정도면 되겠구나 싶을 때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모의고사 문제나 기출문제, 다른 강사의 문제집에 있는 문제를 풀 수 있으면 그때서야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고 볼 수 있겠죠. 모자라면 그것으로도 좋습니다. 부족하거나 그냥 넘어갔던 부분들을 다시 정리해서 주 교재에 적는 것을 반복한다면 벌집같이 뚫려있던 구멍들도 시험 전에는 메워지게 됩니다. 합격수기에 나는 무슨책으로 정리했다. 모 강사의 교재가 최고로 좋다는 말들은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고 난 후 가장 마지막에 본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몇 일전 내가 운영하는 온라인모임에 올라온 멘토 세무사의 글을 일부 옮겨 적어봤다. 눈에 띄는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정말 아는지 검증을 하자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페르소나'라는 것이 있다. 사람은 어떤 상황마다 자신의 가면(페르소나)을 꺼낸다고 한다. 직장에서는 근엄한 상사이던 분이 가정에서는 자상한 아빠 역할을 한다거나 친구들에게 하는 목소리와 애인에게 통화할 때 목소리가 극적으로 달라지는 여성분의 경우를 떠올리면 이해가 갈 것이다.
우리가 상대를 알기 위해서 많은 만남을 가져야 하듯이 공부를 할 때도 자주 만나고 부딪혀 봐야한다. 간혹 상대의 완전히 새로운 면을 보면서 놀라듯, 공부도 새로운 면을 자주 접해봐야 한다.
불합격자들과의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말들을 많이 한다.
"차라리 전혀 모르는 문제가 출제 돼 틀리면 아쉽지 않은데 알았던 문제에서 살짝 변형된 것 때문에 손도 못대고 나왔던 것이 후회됩니다"
둘째는 교재 선택이다.
나의 경우에도 수험생활 중 이 부분이 가장 판단하기 어려웠다. 분명히 나는 아직 기본서에 나와 있는 예제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초시생인데 주위에서 어떤 교재를 본 수험생이 작년에 가장 많이 합격했다라는 말은 수험생의 약한 멘탈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합격생들이 많이 봤다는 책을 사서 페이지를 열어보는 순간 좌절하게 된다. 아직 이론도 약한 나에게 현란한 난이도의 문제는 벽 자체였다.
여름을 앞두고 많은 젊은이들이 헬스장을 찾는다. 상담실 벽에 붙어있는 완벽한 몸매의 모델을 보며 꿈에 부풀어 회원 가입을 한다. 금방이라도 100kg의 기구를 번쩍 들고 복부에는 식스팩이 만들어질 것 같지만 현실은 20~30kg에도 헉헉대는 자신을 발견하고 만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100kg을 들기 위해서는 가벼운 무게부터 충분히 연습한 다음 천천히 무게를 올려가야 한다. 중간을 건너 뛰고 덤볐다가는 일주일간 허리에 침을 맞아야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2차 시험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자신이 너무 무거운 기구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지는 않은지 검증해 볼 시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