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 속에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청와대)
올해 1분기 가계 소득 양극화 격차가 사상 최악으로 벌어졌다는 통계청 조사 결과에 문재인 정부가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의 '코드 맞추기' 의혹까지 제기하며 정부 입지를 약화시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 6개 관련부처 장관들과 함께 '가계소득 동향 점검' 비공개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란 정부의 정책 기조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회의 소집 배경을 밝혔다.
이에 정부가 그동안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해 온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정부의 양극화 해소 의지를 무색케 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1015만1700원으로, 전년대비 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128만6700원을 기록, 작년보다 8.0% 줄었다. 2003년 통계 집계가 이뤄진 이래 분배 수준이 최악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을 포기할 이유가 통계로 입증됐다며 집중 공세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정책이 표류"한다며 "청와대와 기재부 경제수장끼리 이견을 보이더니 급기야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저소득층은 더 가난해지고 일자리도 잃어가고 있다"며 "정부는 체면 때문에 고집을 부리는 아집과 독선에서 조속히 벗어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이날 "지난 1년간 잘못된 경제정책의 가장 핵심에 소득주도성장"이 있다며 "문 대통령은 최근 성장, 일자리, 분배상황 지표를 분명히 보면서도 소득주도성장이란 오만과 독선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정치권에선 기재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우는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분기별 소득 통계를 계속 발표하려다가 제발을 찍었다'는 이야기까지 퍼지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애초 통계청은 표본 문제로 인해 올해부터 분기별 가계소득 통계를 발표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기재부와 민주당이 예산 배정까지 해가며 조사를 요구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통계청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이날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조사를 지속한 이유에 대해 "연구자나 관련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소득 통계) 요청이 계속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도 조사를 계속 추진할 생각"이라며 "예산 지원을 통해 표본이 적다는 문제도 해결했다. 지금은 (가계소득) 조사를 통해 소득배분 상황이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