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관세행정 혁신TF 현장점검 특별분과 위원들이 서울본부세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동안 언론이나 제보를 통해 제기된 밀수 의심 경로를 좀 더 철저히 틀어막아야 한다는 것이 권고안이 골자. 관세청이 이번 권고안을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지, 권고안의 실효성은 얼마나 될 지, 관세청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0일 관세행정 혁신TF 내에서 구성된 현장점검 특별분과는 서울본부세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진家 밀수의혹 관련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관세행정 혁신TF 내 외부위원 8명으로 구성된 특별분과는 관세청으로부터 현행 여행자통관 프로세스, 공항감시 절차 등에 대한 상세설명과 관련자료 등을 살펴보았으며 직접 공항 현장방문을 통해 실제 세관업무 실태 등을 점검한 후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회지도층, 휴대품 검사 강화…'의전'은 축소
특별분과는 우선 공항 입국 시 재벌가를 포함한 사회지도층에 대한 휴대품 검사를 특별히 강화하는 반면, 이들에 대한 과도한 의전은 축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별분과는 공항현장을 점검한 결과 모든 여행자에 대해 우범여행자 선별 검사, 기탁수하물 X-ray검색, 일제검사, 세관신고서 제출 등 휴대품 검사절차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하물 검사가 완료된 수하물에 대해선 항공사 의전팀이 VIP고객을 수행하며 대신 운반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VIP 대신 항공사 의전팀이 기탁수하물을 찾아 대신 운반하고 있어 VIP 고객들이 세관 검사를 거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소지가 있다는 것이 설명이다.
특별분과는 이에 공항공사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의전대상 축소 등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하는 과잉의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항공사 의전팀은 본래 서비스 목적에 한해 입국장 출입을 허용하되, 목적 외 활동 시에는 즉시 퇴출하고 항공사 의전팀이 대리 운반하는 휴대품은 더욱 철저하게 검사를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특별분과는 특히 고액 쇼핑 등을 위해 빈번 출국하는 일부 계층 등에 대해서는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밀수 등 위법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특별분과는 여행자 휴대품 검사율이 상당히 낮은 현행 체제가 유지된다면 제도를 악용하는 불법행위는 언제든지 발생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엑스레이 검사는 전수 이루어지지만 실제 개장 검사율은 1%대에 불과한 점을 지적한 것.
이에 특별분과는 "중장기적으로 휴대품 통관검사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세법을 준수토록 유도하는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상주직원 통로', 세관이 직접 관리해야
상주직원 통로는 그동안 한진일가의 유력한 밀수 경로로 의심을 받았던 곳이다.
상주직원 통로는 면세점, 항공사, 식당 등 공항에 영업 목적으로 상주하거나 공항공사, 관세청, 법무부 등 공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상주하고 있는 직원들이 출국장을 오갈 때 사용하는 통로인데 이곳엔 세관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세청 내부에선 상주직원 통로가 한진 일가의 밀수 통로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주장이 나온다. 통로가 좁을 뿐더러, 세관 직원이 없더라도 공항공사 직원 등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밀수를 자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별분과 역시 현장검검 결과 상주직원 통로는 공항공사 보안직원들이 전량 X-ray검사와 신변검색을 하고 있고 통로가 좁다고 전했다. 또 주요 적발사례는 주로 담배, 향수, 술 등 소액물품 위주이며 상주직원이 공항 내에서 지인선물, 면세점 샘플 수령한 후 밀반출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별분과는 이에 장기적으로 유관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상주직원 통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예를 들어 관세청이 직접 상주직원 통로를 관리하거나, 공항공사와 업무위탁을 구체화하고 재정을 분담하는 등 MOU를 실질화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또 현재 상태에서 상주직원 통로의 관세청 순회감시를 강화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초대형 화물 이동경로', CCTV 늘려야
아울러 특별분과는 초대형 화물 통로에 대한 현장점검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초대형 화물통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명품드레스 등을 밀반입한 경로로 의심을 받는 곳이다.
특별분과는 현장점검 결과 초대형 화물이 입국장으로 반입되면 세관검사를 거치도록 되어 있어, 언론에서 보도한 명품드레스 역시 정상적인 초대형 화물로 반입되었다면 세관 절차를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의혹 대상이 된 드레스 반입은 2010년 발생한 것으로, 당시 수기자료의 보존기간(3년) 및 CCTV 영상 보존기간(1개월) 경과로 자료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특별분과는 초대형 화물 반입통로 일부에만 CCTV가 설치되어 있어, 반입반출 단계에서 세관의 감시 사각지대 발생이 우려된다며 초대형 화물의 반입통로에 CCTV를 추가 설치하고 CCTV 영상 보존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항공기 계류장, 입국장 반입통로, 세관 검사대까지의 초대형 화물 이동경로 전체에 대한 세관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비행기 부품'으로 위장 가능…검사 강화해야
한편 특별분과는 한진 일가가 비행기 수리용품으로 물건을 위장해 들여왔다는 보도에 따라 현장을 파악한 결과, 대한항공은 AEO업체로 일반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사 지정률이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더구나 한진일가는 항공기 제조, 수리공장, 영업용 보세창고, 기내식 보세공장 등 항공물류 프로세스 전 분야의 회사들을 계열사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항공기와 관련 없는 일반물품과 항공기 부분품도 같은 대한항공 영업용 창고(터미널)에 반입 후 수입통관 되고 있다는 것이 특별분과의 지적.
검사율이 우선적으로 낮고 일단 통과만 되면 대한항공이 관리하는 공항 어느 곳으로든 물건을 반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특별분과는 항공기 부분품으로 신고하는 수입건에 대한 검사를 강화해 허위신고 등의 개연성을 차단하고 항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보세구역 반입물품의 운영 실태에 대한 불시 점검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피 작은 물품은 승무원이?
이 밖에도 특별분과는 승무원을 통한 밀반입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실태를 점검했다.
특별분과는 항공사 승무원도 일반여행자와 동일한 통로를 이용하며, X-ray 검사, 개장 검사, 신고서 제출 등 동일한 절차를 거쳐서 입국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다수 승무원은 간소한 화물을 소지하고 있어, 일반여행자보다 검사율이 낮은 편이며, 입국장 X-ray 검사 등 간이검사를 주로 실시하고 있자는 설명이다.
특별분과는 현장확인 결과 승무원이 사주 일가의 귀금속, 시계, 보석 등 부피가 작은고가의 물품을 신변에 은닉해서 세관 감시망을 피해 밀반입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부피가 큰 드레스를 반입했을 경우 이목을 집중시켰을 것이지만, 대다수 승무원이 반입하는 수하물은 핸디캐리라는 점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
이에 특별분과는 해외 보석, 화장품 박람회 등이 개최되는 도시에서 출발해 고가품 밀수입 위험이 높은 항공편의 승무원에 대해서는 일제검사 실시 등 관리를 강화해야 된다고 권고했다.
또 항공사 직원이 대신 수취하는 출국취소 수하물의 수량을 세관이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수하물을 끼워 넣어 밀반입할 개연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국이 취소되는 승객의 기탁수하물 중 항공사가 대신 수취하는 출국취소 승객 수하물에 대해 세관 식별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