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좌측)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캠프 제공)
6·13지방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야당의 단일화 논의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정부·여당의 고공지지율로 '야권 전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유일한 변수'라는 단일화 카드가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후보 단일화가 최대 이슈로 부상한 서울시장 선거전도 마찬가지다.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직이 갖는 중요성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이견이 없지만 단일화엔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높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후보 본인의 의지 ▲정책의 유사성 ▲여론 즉, 단일화에 유리한 구도 중 한 가지라도 조건이 성사된다면 선거 막판이라도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30일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요소에서 김문수 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간의 간극은 멀어보였다.
□ 김문수 "일로매진"…안철수 "유권자가 결정" = 김문수·안철수 후보는 지난 29일 단일화 가능성에 쐐기를 박는 발언을 앞다퉈 내놨다.
김 후보는 이날 방송기자초청 토론회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끝났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며 "시민들의 열망은 알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하지않나"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단일화에 관련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냥 간다. 일로매진(一路邁進)하겠다"고 일축했다.
안 후보도 29일 "유권자가 투표로 사실상의 단일화를 해줄 것"이라며 "시민들이 가능성 있는 후보에게 지지를 모아줄 것"이라며 '인위적 단일화'를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신 그는 "박·김 후보는 모두 과거의 후보"라면서 "저만이 서울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미래지향적 후보"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한때 '실무진 접촉설'이 나왔던 양측 캠프에서도 단일화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대신 후보의 '완주 의지'가 강하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한 캠프 관계자는 "선거는 막판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지 않겠냐"며 "단일화에 대한 완전한 배제라기 보다는 주도권 싸움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최근 상황을 해석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자료사진=김용진 기자)
□ 정책에서도 '미묘한' 줄다리기 = 김·안 후보는 박원순 후보의 '7년 실정'을 주장한다는 점에선 전략 성격이 같다. 또한 야당으로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내세운 점도 동일하다.
김 후보는 '서울은 자유다'라는 구호에서 알 수 있듯 보수 가치를 강조한다. 그는 청와대를 향해 '주사파 집단'이라고 칭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북핵 위협에서 서울을 지키겠다'는 주장과 함께 주한미군의 서울 존치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안 후보도 최근 북핵 폐기 논의를 두고 '섣부른 낙관'을 경계하며 문재인 정부와 선을 긋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논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처럼 비교적 보수에 가까운 안보관을 보인 안 후보는 정작 김 후보를 향해 보수 색채가 강한 점을 지적하고 "표의 확장성이 극히 제한돼 있다"며 공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김 후보도 안 후보와의 국방·안보관은 물론 경제관에서의 '차이'를 강조했다. 그는 "저는 대기업과 노조에 대한 관점을 중시하는데 안 후보는 삼성을 두고 '동물원'이라고 표현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시 선거에서 주목받는 재건축 정책에서도 두 후보는 차이를 보인다. 김 후보는 "시장이 되면 당장 재건축과 재개발 허가 도장을 찍어드리겠다"며 관련 규제의 전면 폐지를 공약했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법률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 후보는 서울토지신탁을 신설해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준공영방식'을 선호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대해서도 '철저하면서도 합리적인' 환수제를 도입하겠다며 중도 절충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자료사진=김용진 기자)
□ 여론은 단일화에 오히려 부정적? = 단일화의 성패는 결국 선거 승리 여부로 판가름 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는 표의 결집 효과가 떨어지는 게 최대 장애물로 꼽힌다.
현재 서울시장 판세는 박 후보가 50%대 지지율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이어 김·안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2위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지난 13일 KBS·한국일보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성인 800명을 상대로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조사해 13일 발표한 여론결과에 따르면 ▲박원순 53.0% ▲안철수 15.2% ▲김문수 10.5% 순이었다(유무선 전화조사, 신뢰도 95%·표본오차±3.5%p. 이하 모든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능).
또한 이데일리가 의뢰해 리얼미터가 844명을 상대로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조사해 16일 발표한 결과에선 ▲박원순 60.8% ▲김문수 16.0% ▲안철수 13.3% 순으로 나타났다(유선ARS 40%·무선 ARS 60%조사, 신뢰도 95%·표본오차 ±3.4%p).
그런데 단일화를 가정한 조사에선 오히려 두 호보의 지지율이 단순 합계보다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의뢰 매트릭스가 800명을 상대로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조사해 지난 10일 발표한 결과에선 3자 구도에서 ▲박원순 50.3% ▲안철수 12.0% ▲김문수 10.3% 순이었다(무선전화면접 조사, 신뢰도95% 표본오차 ±3.5%p).
그러나 김 후보로 단일화 할 경우 ▲박원순 52.8% ▲김문수 17.5%라는 결과가 나왔다. 안 후보로 단일화를 한 경우에도 ▲박원순 51.6% ▲안철수 21.1%에 그쳤다. 어떤 후보로 단일화를 하더라도 '표의 유실'이 발생하며 단순 합산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후보는 정치적 지지기반이 다르고 주요 정치쟁점에서도 대립관계를 보여왔기 때문에 단일화의 전략적 효과가 낮다"고 평가했다. 또한 "투표용지도 인쇄돼 이미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시기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이어 "후보 본인들의 단일화 의사가 없어 보인다"며 "그럼에도 단일화가 자꾸 거론되는 것은 두 정당이 '부정적 이미지로 함께 묶일 수 있다'는 상대방의 전략적 고려도 있을 가능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