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시간 증가·근로단축법 대응키 위한 선택과 집중
올해도 수습·경력 회계사 최대한 채용…쟁탈전 예상
기업의 감사 시간을 대폭 늘리는 표준감사시간제 시행을 5개월 앞두고 빅4 회계법인들이 스스로 기존 고객의 감사업무를 포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1일 빅4 회계법인에 따르면 삼일, 삼정, 안진, 한영회계법인은 오는 11월 시행되는 표준감사시간제를 앞두고 늘어나는 감사시간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이 약하고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의 감사 수임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회계법인은 자사 품질관리 기준에 미흡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올해 감사계약에서 200여개의 고객사를 줄였다.
안진회계법인도 지난 4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품질·수익성 등 자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업무를 줄이는 계획을 세우고 올해 약 150여개의 고객에 대한 수임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정과 한영회계법인도 두 회계법인과 비슷한 수준에서 중소기업 감사를 줄였거나 줄일 계획이 있는 것 알려졌다.
빅4 회계법인들이 기존 중소기업 고객을 수임하지 않기로 한데는 11월 표준감사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감사 시간이 대폭 늘어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선대비 하기 위해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정된 인력풀 안에서 회계법인이 감당할 수 있고 제대로 감사할 수 있는 기업만 감사한다는 것.
또 최대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52시간을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법이 오는 7월 시행됨에 따라 회계법인들의 인력 운용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 점도 배경이다.
회계감사 업무 특성상 1~3월에 업무량이 집중돼 있어 기존 이 기간에는 초과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는데 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기존 감사 고객을 줄여서라도 대비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 품질 관리 실패에 따라 지불해야 할 기회비용이 훨씬 더 크다”며 “다른 대형회계법인과 마찬가지로 감사위험이 일정 수준을 벗어나는 거래처에 대해서는 수임을 제한하는 정책 방향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정회계법인 관계자도 “2년 전부터 감사 고객 중 비협조적이거나 리스크가 높은 감사고객은 계약 검토 과정에서 배제해 왔다”며 “표준감사시간제가 시행되면 이러한 흐름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견·중소회계법인은 반사 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빅4 회계법인이 포기한 중소기업의 감사는 중견·중소회계법인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 중견회계법인 대표는 “중견·중소입장에서는 감사 시장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대형회계법인과 중견중소회계법인 간 감사 시장이 구분돼 서로 제대로된 감사를 수행할 할 수 있으면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빅4 회계법인들은 단 기간 급격히 늘어나는 감사시간에 대비하기 위해 중소기업 감사를 줄이는 방안 외에도 1~2년 전부터 연중 상시 감사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회계사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중 상시 감사체제는 연말 감사기간인 1~3월에 집중돼 있는 감사 업무를 기중으로 분산하는 제도다.
계약서 검토, 사전 리스크파악, 내부관리제도 감사 등 미리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기중으로 분산해 늘어나는 감사시간을 대비하고 52시간 근로단축법 등 법위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다.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는 “과거 기말감사에 전체 감사시간의 대부분이 투입됐다면 상시 감사체제 하에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입증감사절차를 기중으로 분산해 기말 감사시의 부담을 줄이고 감사품질 향상을 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도 “기말 수행 업무 중 조기 수행 가능한 업무를 사전 식별해 미리 수행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라며 “연중 감사업무 스케줄에 따라 사전에 철저히 계획을 세워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4대 회계법인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회계사 인력충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늘어나는 감사 시간에 대비하기 위해 수습 및 경력회계사들을 최대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4대회계법인은 삼정 343명, 삼일 270명, 한영 251명, 안진 150명 등 1000명이 넘는 수습회계사를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가 915명인 점을 감안했을 때 기합격자를 포함 대부분의 수습회계사들을 4대 회계법인에서 충원한 것이다.
4대 회계법인들은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적극적인 수습회계사 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일회계법인 250~300명, 안진회계법인 300명, 한영회계법인이 350명을 채용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정회계법인도 작년 채용 인원인 343명이상 채용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올해에도 수습회계사를 선발하기 위한 쟁탈전이 예고되고 있다. 최근 5년간 평균 약 900여명 가량임을 감안 했을 때 수습회계사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초과하기 때문이다.
삼정회계법인 관계자는 “인력 충원을 원하지만 수습회계사 유치 경쟁이 치열해 우리가 원한다고 해도 많이 뽑아질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력회계사의 채용도 한영회계법인이 지난해보다 2배 늘린 400명을 계획하고 있는 등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사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있어서 2020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까지 고용 인원을 늘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지난해 경력 회계사 200명 규모로 채용을 진행했는데 올해에는 400명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