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 나선 4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 (사진=김용진 기자)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쟁탈전'이 벌어진 가운데 법사위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회동을 통해 오는 13일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입법부 정상화 수순을 밟았다. 다만 협상 최대 쟁점인 상임위원회 배분 등은 오후에 추가 협상에서 이어가기로 했다.
현재까지의 협상 경과에서 여야간 이견차가 가장 컸던 부분은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다. 자유한국당은 전례대로 국회의장을 맡지 않는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가져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면 "중앙권력, 지방권력에 이어 입법권력까지 독점"할 수 있다며 한국당 몫을 주장해왔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20대 전반기 국회에선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한 점과, 이후 한국당이 법사위를 통해 입법부를 무력화 시킨 점을 지적한다. 또 정권 초창기 개혁 입법 추진이 중요한 상황에서 법사위에 발목이 잡히면 국정 주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날 국회에선 법사위 권한 축소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합의문 초안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위헌성 및 타법률 상충 여부로만 심사범위 제한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현행 120일에서 60일로 단축 ▲현재 법사위 전체회의 또는 제2소위에 100일이상 계류 중인 법안을 정기 국회 중 반드시 처리하자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 같은 민주당의 요구안이 당장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당장 김 원내대표는 회동 도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의도적으로 합의문을 만들어 흘리는 작태"라며 "지금은 원구성 협상이지 국회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운영위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8일 세무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모습. 해당법은 약14년간 법사위의 벽을 넘지 못하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본회의에 올랐다. (자료사진=김용진 기자)
그러나 향후라도 법사위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여야 모두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야당에서도 이번 협상이 아닌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추후 논의하는 방식은 검토할 수 있다는 기류다.
이는 국회법 86조에 따라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체계자구심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오히려 법안 지연시키기에 악용돼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연말 본회의에서 압도적 표차로 통과한 세무사법 개정안도 법사위의 높은 문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를 골자로 한 해당법안은 2003년부터 법사위에 제출됐으나 변호사 출신이 포진한 법사위에서 번번히 미끄러졌다. 결국 해당법은 2017년에야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며 본회의에 오를 수 있었다.
국회 정치행정조사실 전진영 입법조사관은 10일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제도는 정략적인 문제를 떠나 효율성을 볼 때 폐지를 고려할 만하다"며 "정치학계에서도 수년간 폐지론이 우세했다"고 밝혔다.
전 조사관은 "제도가 처음 도입된 2대 국회와 달리 지금 국회에선 변호사 출신 의원도 늘었다"며 "또한 법제실이라는 지원기구가 설치돼 보완장치도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