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창업 스쿨의 어려움
2년 전부터 젊은 무역 창업가들과 같이 일하고 있다. 회원이 1만2000여명에 달하는 무역카페를 운영하면서 의욕은 있지만, 적당한 수출 아이템을 찾기 어려워하는 창업자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요즘 무역 창업 교육을 여러 기관에서 많이 시키고 있다. 디지털 무역 시대에 시의 적절하기는 하다.
하지만 정작 시작할 수 있는 품목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무역강의를 나가면서 알았던 중소업체들과 무역 창업자들을 연결시켜 주는 '무역 창업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업체나 무역 창업 희망자나 참여하겠다고 해서 그냥 시작하지 않는다.
참가업체의 사장들과는 한데 모여 무역 창업자들의 속성, 어려움, 제조업체와 다른 운영 방식, 무역창업 스쿨에 참가하면서 겪게 되는 번거로움 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한 업체만 동참한다. 아울러 무역 창업 희망자도 제조업체의 운영방식, 제품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각오 등을 사전에 교육하고 기꺼이 따라올 사람들만 참여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름 성공했다는 케이스를 만들지 못했다.
아직 사례가 많지 않아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제조업체들의 탈락이 자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여러 업체가 폐업을 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도 조만간 해외, 특히 베트남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 내에서 한국의 제품을 수출하며 사업 성과를 이루려는 젊은 무역 창업자들의 의욕이 꺾이곤 한다.
바이어와 제조업체를 이어주며 실적을 쌓아가는 무역업체로서는 가장 중요하게 꼽는 사업성패 요인은 '좋은 물건을 같이 신뢰를 갖고 수출을 지속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는 일이다.
무역에서 공급선이 중요한 이유 5가지
수출 무역업은 이미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커미션을 받고 일하거나, 아니면 직접 물품을 사서 수출하는 경우로 나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국내 공급선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 이유로는 첫째, 제품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믿을 수가 있어야 바이어와 자신있는 상담이 가능하다. 막 시작한 젊은 무역 창업자가 제조 공장에 가서 “귀사의 제품을 수출하겠으니 협조바랍니다“라고 하면 공장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큰둥하다. 한 마디로 젊은 창업자가 미덥지 못해서 그렇다. 대부분의 경우는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를 많이 접한 제조업체의 사장은 이런 저런 이유로 대충 카탈로그나 전해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해라는 식인데 실제로 상담은 카탈로그에 있는 내용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둘째, 모든 판매 활동은 제품에 기반을 두고 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공급선이어야 한다. 품질과 가격이 높거나 낮거나 간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샘플은 최상의 제품을 제시했지만, 실제품은 그렇게 만들지 못하거나, 수시로 거래 조건이 바뀌면 곤란하다.
셋째, 문제가 생겼을 때 협조가 가능해야 한다. 일이란 누가 해도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손해를 나눌 수 있는 관계를 가져야 한다. 일단 물건을 팔았다고 모른 척하면, 현재도 이익이 될지도 모르겠거니와, 앞으로의 재거래는 없다. 하지만 클레임을 잘 처리하면 서로간의 믿음이 더 쌓이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
넷째, 바이어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국내용 제품이 외국에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양말을 수출하는 내 경우에도 새로운 모델이 선적되는 데는 적어도 2~3번의 수정을 해야 하며, 그럴 때마다 샘플을 만들어 핀란드, 독일, 캐나다로 보내서 바이어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그럼 이 기간에 짧아야 6개월이다.
이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운 수정작업을 공장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반드시 성사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마음이 통한다면 공장에서도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충분히 도와 줄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체적인 제조공장 없이 무역 창업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게는 같이 협력할 수 있는 제조사를 만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물론 무역 창업자와 같이 하는 제조업체로서는 그래야 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과거에는 무역업자 – 제조업체의 협력관계로 해외 수출을 성사시키며 상생하는 성공 사례가 흔했다. 그런데 이제는 점점 그런 사례가 드물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부가가치가 들어와야 한다
제조를 한다는 것은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물론 서비스업도 있기는 하지만 서비스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보다는 창출된 가치를 나누거나, 부가가치 창출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제조업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베트남이나 중국같은 국제적인 경쟁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제조를 하기에는 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악화된 환경에는 제조업 사장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 정책이나 사회의 반기업 정서 때문이다.
얼마 전 폐업을 알려온 무역창업 스쿨에 적극적 도움을 주었던 중소기업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한 두 개 쯤은 갖고 있는 소형 가전제품 제조사이다. 그리고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는 베트남으로 가겠다고 한다.
이제 한국에서 제조업은 매우 어렵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 나가서는 장사 자체가 어려우졌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쉽게 생각하는 인터넷 국내 판매나 해외 제품 수입해서 국내에 팔겠다고 한다.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자체 생산해서 국내 소비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 좁은 땅에 비하여 너무 많은 사람이 살면서 석유, 석탄, 철광석 등 긴요한 지하자원도 없다. 현재의 창업 지원은 거의 대부분 국내에서 식당을 열거나 서비스를 하여 국내에서 판매하겠다는 사람들을 위한 정부 시책이다. 아랫 돌을 꺼내서 웃 쪽에 고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그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제조업체들은 자꾸만 밖으로 나간다. IMF외환위기가 벌어진 1998년 정권을 잡은 김대중 정부는 경제위기에서 탈출을 위하여는 소비진작 정책을 썼다. 소비가 살아나면 생산이 살아나고 이에 따라 기업이 성장하고, 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나서 국가 경제가 살아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는 그 확실한 정책대안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늘리는 것이었다.
김대중정부는 1999년 고객들이 현금 인출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있도록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를 폐지했다. 또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면 세금을 깍아주는 신용카드 소득 공제제도를 만들고, 2000년에는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기 위하여 신용카드영수증 복권 제도를 만들었다. 게다가 신용카드 발급이 매우 느슨하다보니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카드 발급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당연히 결제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카드를 만들어 쓰고 보자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신용카드를 통한 내수 활성화는 오래가지 못하였다. 점차 높아지기 시작한 카드 연체율은 2003년 말에는 전체 카드 사용액의 14%를 넘었다. 금융권에서 한 달 이상 연체한 사람을 의미하는 신용불량자도 급증했다. 신용카드 정책은 오히려 서민경제를 악화시키면서 경기활성화에는 실패하였다. 당시 IMF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의 호황으로 인한 한국 제품의 수출증가를 꼽고 있다.
IMF기간중 비효율적인 경제구조를 개혁하면서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보면서 한국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였다. 우리가 국내에서 제조해서 해외 수출하며 늘어난 가치를 들여와야 한다. 미국의 트럼프도 자꾸만 해외 기업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려 '무역전쟁, 환율전쟁'마저 불사하는 이유가 제조업이 있어야 국내에서 부의 축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제조업은 자꾸만 밖으로 나가려 한다. 더불어 점점 국내에서 무역 창업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기회도 사라져 간다. 벌써 7번째 창업 스쿨을 진행하지만 매 번 쉽지 않았고, 아직도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마저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해외에 가있는 제조업 귀향 정책 (리쇼어링)을 시행해서, 국내 젊은이들이게 수출할 만한 '품목'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