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치솟는 물가와 집값, 써도 써도 모자란 자녀 양육비에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노부모 봉양까지 이 시대 직장인들의 양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매달 뻔한 수입에 세금 한 푼 내는 것도 사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리지갑'의 운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일.
정부가 2018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근로소득자들의 세부담을 덜어 줄 조치들을 일부 담기는 했지만, '현실'을 반영한 정책들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 당장은 물 건너 갔지만, 이른 시일 내에 현실적인 측면들을 반영한 근로소득자에 대한 조세정책(연말정산 소득공제 등) 기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의 핵심은 근로·자녀장려금 확대 정책이다.
수급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수급액을 인상해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이 166만가구에서 334만가구로 2배 이상 늘어난다. 자녀장려금 역시 수급액을 늘리고 요건도 완화해 수급대상을 확대했다.
이 같은 장려금 확대 정책에 4조7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
이와 함께 일용근로자 근로소득공제금액을 1일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인상하고 미술관과 박물관 입장료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산후조리원 비용 세액공제 신설 등도 추진된다.
"근로자에 대한 조세정책 기조 '개혁' 필요"
정부는 어려운 근로자들을 위해 장려금 확대 등 여러 세제혜택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반응은 그리 폭발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근로장려금의 경우 소득요건이 완화되어 맞벌이가구 소득기준이 2500만원 이하에서 3600만원 이하로 확대되지만 여기에 해당하려면 일반적인 직장인 소득의 평균 이하여야 한다. 특정계층, 즉 '저소득 근로자 가구'여야만 장려금 혜택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월 평균 260만원(연 3620만원) 정도를 벌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는 남의 일일 뿐이다.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에는 부합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에 담은 근로자들에 대한 혜택 확대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생활'을 영위하는데 쓴 비용을 연말정산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은 문화예술계 지원을 위해 근로자들을 '들러리'로 세우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자녀교육비 등으로 쓸 돈도 부족한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한도(100만원)를 채우려면 수 십, 수 백번을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야 하는 구조라 말 그대로 '언강생심'일 수 밖에 없다. 내년부터 도입되기 때문에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시스템에 연동도 되어 있지 않아, 영수증 모아놓는 수고만 더해질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자들은 보험료 세액공제 한도 인상, 비과세 급여 현실화 등 보다 현실적인 측면의 세금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정부의 근로자 조세정책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보장성 보험료는 12%(장애인의 경우 15%)의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지만 한도 고작 100만원에 불과하다. 원칙적으로 부양가족의 보험료까지 공제받을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100만원을 넘길 수도 있는 자동차보험 하나만으로 한도가 채워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근로자들의 불만요인은 또 있다.
세액을 계산할 때는 연봉 중 비과세 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과세되는데 비과세되는 급여는 일·숙직비, 식대, 자가운전보조금, 여비, 자녀보육수당, 육아휴직수당, 실업급여, 비과세 학자금, 근로장학금, 연구활동비, 생산직근로자 야간근무수당, 처우개선비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비과세 급여는 식대와 유류비다. 하지만 비과세 한도는 각각 월 10만원(연 120만원), 월 20만원(연 240만원)이다. 특히 '먹고 사는 문제'와 가장 직결되어 있는 식대 비과세 한도는 월 20일 근무를 기준으로 1일 5000원에 불과하다.
어지간한 음식점에 가도 6000~7000원 수준의 식사비가 지출되는 것이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너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물가상승 등을 감안해 15만원~20만원 수준으로 이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전문가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들을 덕지덕지 붙이지 말고 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근로자들에 대한 조세정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면세근로자들을 줄이는 차원에서 근로소득 최저한세제 등을 도입하되, 연말정산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제도를 현실화하면 여론의 반발과 세수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를 것"이라고 말했다.
'100세 시대' 근로자 지원세제도 시급
2017년 기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5.7%로 최하위를 기록, 사실상 노인들은 자녀들의 도움 없이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현재 근로자 등이 부모를 부양하면서 받을 수 있는 세제혜택은 연말정산 인적공제(60세 이상)와 경로우대공제(65세 이상), 의료비 세액공제 및 합가에 따른 양도세 비과세 혜택(합가 후 10년 이내 기존 주택 양도) 등이 전부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부모가 60세 미만이라도 암이나 희귀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부양하는 자녀가 주택을 양도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주는 등 세금혜택을 넓히는 조치츨 취했지만 그 대상이 보편적인 케이스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양자녀에 대한 세제지원과 마찬가지로 부모를 부양하는 근로자에게도 보다 현실적인 세제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되지 않다보니, 정부에서도 이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10년~20년,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조세정책 시스템 구축을 단계적으로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