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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세제개편안 분석]

'가짜 농어민'에 혜택…'상호금융 예탁금 비과세' 폐지될까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2018.08.1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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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조합 예탁금(예·적금)에 대한 '과세특례(예탁금 기준, 3000만원 한도 이자소득세 비과세)'가 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이 과세특례는 올해 말 일몰(제도 폐지)이 도래하는데, 정부의 비과세·감면 정비방향에 맞게끔 폐지·축소 수순을 밟도록 설계되어 있는 상태다. '농어민과 서민 지원용'으로 도입된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 손질 이유다.

매번 일몰이 도래할 때마다 정부는 과세특례 폐지를 추진했으나, 최종 관문인 국회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올해도 비과세 혜택 폐지에 따른 '농어민 피해'를 명분으로 내세운 정치권의 제동이 거셀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의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을 따져보면 정치권이 내세우고 있는 명분(농어민 피해)은 근거가 굉장히 약하다. 조합원인 농어민 보다 '준조합원'인 도시민들이 더 많은 예탁금 계좌를 보유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과세

진짜 보다 가짜가 많다... 제도 취지 '유명무실'

상호금융조합 예탁금 비과세 제도는 지난 1976년 도입됐다.

상호금융조합이 서민금융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점을 감안해 해당 기관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다. 1995년부터 일정기간이 지나면 과세로 전환되는 일몰제로 바뀌었으나, 20여 년 동안 8번이나 연장을 거듭해왔다.

올해 말 다시 3년의 시한이 종료될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제도는 농협, 수협 등 조합법인 지점에 3000만원 이하 예금을 맡길 경우, 해당 구좌에서 발생되는 이자소득에 대해 소득세(14%)를 물리는 않는 제도다.

이러한 비과세 혜택으로 사실상 도시민들의 '세테크 상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농어민이 아니어도 1만원 정도의 출자금만 내면 '준조합원' 자격으로 가입해 4인 가족 기준(별도합산)으로 총 1억2000만원의 예탁금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 전액 면제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농어민과 서민 지원이라는 당초의 제도 도입 목적은 이미 상실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이유다. 특히 소득제한(가입요건)이 없다보니 자산가 재테크수단으로의 악용을 방치하고 있다는 우려도 높게 형성되어 있는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농협·수협·산림조합의 예탁금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조합원(또는 회원)에겐 3년(2021년까지) 더, 준조합원은 내년부터 정상 과세하는 내용의 '2018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준조합원은 내년 5%, 2020년 9% 분리과세를 적용받는다. 조합원에 대한 특례도 2022년부터 폐지되면서 2022년 5%, 2023년 이후 9%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는 예탁금 계좌 보유 준조합원은 농협 1735만명, 수협 137만명, 산림조합 33만명. 이 과세특례에 따른 조세지출액은 2016년 5673억원에서 지난해 5948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으며, 올해는 6369억원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분리과세 시행으로 약 3000억원 수준의 세수 확대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들썩이는 정치권, 정부 정책의지 꺾이나

대표적인 상호금융기관으로 꼽히는 농협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농협은 준조합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없어졌을 때 예탁금 가운데 10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농협의 비과세예금(52조3898억원) 중 준조합원 예금은 무려 81%에 달한다.

수협도 비과세 예탁금(5조3558억원)에서 준조합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94.6%다.

준조합원이 맡긴 예금이 유출되어 농어촌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상호금융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상호금융사의 우려다. 2022년부터 조합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게 되면 자금 이탈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예탁금 비과세 제도의 일몰연장을 요구하는 국회, 관계부처 목소리까지 더해지면서 기재부의 방침이 좌초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상호금융 예탁금 이자에 대한 과세특례 기한을 2028년까지,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도 일몰기한을 5년 연장(2023년까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농협 운용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기재부 방침에 어깃장을 놓을 태세다. 

그러나 이미 실효성을 잃는 비과세·감면제도를 연장하는 것에 대한 반발여론도 만만치 않다.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더라도 '저율과세' 되기 때문에 큰 피해를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민 진금융조세연구원 대표는 "상호금융 예탁금 비과세는 혜택을 누리는 준조합원이 많아 농어민 지원이라는 목적이 희석된 만큼 지원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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