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남자들, 14년만에 여야 수장으로 조우(遭遇)
◆…27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좌측)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용진 기자)
이해찬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만났다. 이날 만남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던 두 사람이 14년만에 각각 여야 수장으로 만났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기념 예방차원에서 김 위원장을 찾아 "민생경제가 어렵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통화에서 여야 협의를 잘 해서 법안처리를 잘 해달라고 말씀했다"며 향후 한국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또 "대북 문제도 조심스럽게 잘 풀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면서 "문 대통령이 9월에 평양에 갈 때 의원들도 가능한 많이 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고, (대통령이) 고민하신다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6월부터 2006년 3월까지 국무총리를, 김 위원장은 2004년 6월부터 2006년 5월까지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은 바 있다. 지금의 이낙연 국무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처럼 정국 운영에서 공동 운명체였던 격이다.
이 대표는 이날 만남에서 "청와대에 계실 땐 당·정·청 회의를 많이 했다. 그런 마음으로 하면 (좋겠다)"이라며 "당선인사에서도 5당 대표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호응하면서도 보수 야당의 수장으로서 정부에 대한 견제 입장을 확고히 했다.
김 위원장은 대화 초반엔 "당에서도 이 대표가 (당선)되실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워낙 정책적 혜안도 있고 결단력도 있으시니 여러 변화가 있지 않겠나 하고 기대를 많이 하고있다"며 덕담을 건넸다.
다만 그는 "민생경제를 살리는데 여야가 있겠는가"라면서도 "기본적인 경제정책에선 서로 생각이 다르니 그런 부분에선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얘기를 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두 사람의 비공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대북문제 관련 "기본 입장은 비핵화가 제일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에서 진전이 있어야 야당이 참여할 공간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