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라이프 주당 4만7400원, 2조2989억원에 인수 결의
개인투자자는 수혜 누리지 못해 M&A 관련제도 개선 시급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의 최근 1년여 주가 추이. 자료=키움증권 제공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에 눈독을 들여왔던 신한금융그룹이 드디어 오렌지라이프를 사들이기로 결정을 내렸다.
신한금융지주는 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라이프투자유한회사가 보유한 오렌지라이프 보통주 4850만주(지분율 59.15%)를 주당 4만7400원, 총 2조2989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이날 이사회 직후 신한지주 조용병 회장과 라이프투자유한회사 윤종하 대표(MBK파트너스 부회장)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 주당 인수가격은 4일 종가의 3만4700원에 비해 36.6%(1만2700원) 높은 가격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37% 상당 인정해줬다.
반면 5일 아이엔지생명 주가는 낮 12시 현재 전날보다 0.58%(200원) 오른 3만490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장기업 인수시 오너인 대주주에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폭 인정해주면서도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들은 M&A(인수합병) 시 별다른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어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국의 경우 상장기업 M&A 시 최대주주의 지분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지분을 합해 100%의 지분 전체를 인수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는 곳이 많다. 비상장기업에도 이같은 제도가 적용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미국의 상장회사인 커넥티드카용 전장 전문회사 하먼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며 최대주주와 개인투자자 지분 100%를 매입했는데 이에 따른 비용이 9조원 상당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당시 하만에 제시한 주당 인수가격 112달러로 개인투자자 모두에게 27.8%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면서 최대주주의 지분과 함께 사들였다.
반면 국내에서는 오너가와 경영권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에게 M&A가 유리하도록 되어 있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은 M&A 시 간혹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입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오렌지라이프가 기존 ING생명에서 사명을 바꾸면서 그다지 광고나 새로운 기업이미지(CI) 작업에 나서지 않아 M&A가 곧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동부그룹은 DB그룹으로 사명를 변경하면서 광고와 CI 등에 수백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게 되면 포트폴리오에서 비(非)은행 부문이 대폭 강화되면서 KB금융그룹을 제치고 금융그룹 선두자리를 되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최근 9년간 차지했던 1위 자리를 지난해 KB금융에 내줬다.
올 상반기에도 신한금융은 당기순이익이 1조7956억으로 KB금융의 1조9150억원보다 1194억원 적었으나 오렌지라이프의 순익이 더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렌지라이프의 올 상반기 순익은 1836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의 올해 상반기 자산 규모 31조5375억원을 더하면 KB금융의 자산을 넘어서게 되면서 명실공히 최대 자산규모를 갖춘 금융그룹으로 나서게 된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초 5억 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이어 추가로 40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까지 나서면서 자금을 마련해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과정에서 최대 수혜자는 MBK파트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는 신한금융에 오렌지라이프 주당 5만원 수준의 2조4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매각가격은 제시가격과 큰 차이가 없어 실속을 거둔 셈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유가증권 상장과 배당금 등을 통해 투자금액의 대부분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남은 오렌지라이프 지분을 팔면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챙겨 대박을 낸 셈이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는 최종 단계에서 우발채무 처리와 오렌지라이프 노조의 고용보장 요구, 신한생명과의 관계 등은 당면 과제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옛 ING생명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에 대한 손비 인정 여부에 따라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고 그 규모도 상당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는 금융지주 판도 변화와 함께 M&A 제도 개선의 필요성까지 투자자들에게 던져줬다고 할 수 있다.
신한금융 이사회에서는 주주가치 제고와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에 대한 후속단계 대비를 위해 2000억원의 자사주 매입도 함께 의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