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우리나라 경제여건에 대해 내수 악화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경기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투자 부진을 중심으로 내수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고용마저 위축된 모습이나, 수출이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KDI는 11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 자료를 통해 "투자 관련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 관련 지표가 다소 회복됐으나 내수의 개선을 견인하기에는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실제 7월 설비투자는 기계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0.4% 줄었다.
설비투자는 5월 –3.5%(전년동월대비), 6월 –14.7%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8월 반도체 제조용장비와 기계류 수입액이 전년에 비해 66.1%, 15.0% 떨어졌으며, 전달에 비해 감소폭도 확대되면서 설비투자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전월(4.1%)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된 6.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1.0p)에 비해 1.8p 떨어진 99.2p를 기록하며 기준치(100)를 하회했다.
향후 소비 증가세를 제약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여전히 상존해 있는 모습이다.
7월 전(全)산업생산은 전월(0.2%)보다 증가폭(1.2%)이 확대됐다. 그러나 부문별·산업별 경기가 차별화되는 모습은 유지됐다.
광공업생산은 자동차(-12.0%) 등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반도체(23.9%)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전월(-0.4%)의 감소에서 증가(0.9%)로 전환됐다. 반면 건설업생산은 전월 (-6.3%_에 이어 7.0% 감소하며 부진을 지속했다.
고용 상황도 악화되는 추세를 지속했다. 7월 취업자는 전년동월대비 5000명 증가해 전월(10만6000명)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12만6000명→-12만7000명)의 고용부진이 지속됐으며 서비스업(18만3000명→2만9000명)의 취업자 수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이 같이 내수가 악화되고 있어도 빠르게 경기가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데는 수출 때문이다. 8월 수출은 작년보다 8.7% 증가하며 전월(6.2%)의 증가폭보다 높았다. 품목별로는 반도체(31.5%), 석유제품(46.3%), 철강제품(20.7%)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증가를 기록했다. 7월 중 수출물량지수도 12.5%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월(8.2%)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KDI는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더라도 수출이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생산 측면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기가 빠르게 하락할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