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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조세일보 | 김은지 기자 2019.03.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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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근교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의 할머니들은 아무 말이 없다. 얼굴로 지난한 세월을 이야기한다. 그림 속 할머니들은 깊게 팬 주름에 서러운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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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초상화

1930년대 솜털이 하얗던 소녀들은 2019년, 백발성성한 할머니가 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생긴 지 80여 년이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 238명 중 생존한 할머니는 22명뿐. 이들의 평균 나이는 90대에 접어들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할머니들을 좀 더 잘 기억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기에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새로 증축된 것이다.

“우리가 강요에 못 이겨 했던 그 일을 역사에 남겨 두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 말에 힘입어 1998년 처음 문을 열었다. 그 후로 20년에 접어드는 2017년 말,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이하 추모관)이 세워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 '못다 핀 꽃'과 할머니들 흉상이 있는 입구를 지나 나눔의 집 뒤편으로 향하면 추모관이다.

옅은 회벽에 기와를 얹은 2층 건물이다. 추모관 1층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기획전시관에는 할머니들 초상화가, 유품전시관에는 할머니들 유품이, 그림전시관에는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 20여 점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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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입구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흉상

벽 양옆에 가로세로 1m가 넘는 그림 10점이 나란하다. 공연예술가 팝핀현준이 그린 할머니들 그림이다. 그는 말했다. “할머니들 얼굴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또 그렸다”고. 할머니마다 표정도 분위기도 제각각이다. 백발의 박옥련 할머니는 입을 한 일자로 굳게 다물었고, 배춘희 할머니는 생긋 미소 지을 듯 입꼬리가 올라갔다.

김군자 할머니는 금방이라도 “밥은 먹었우?” 하고 말을 걸어올 듯 장난기 어린 눈빛이다. 할머니들은 입을 열어 자신을 설명하는 대신, 선과 색이 빚은 표정으로 한 많은 인생을 내비친다. 소녀의 피눈물은 말라붙어 할머니의 주름이 됐다. 화폭 속 할머니들은 끝내 일본의 공식 사죄를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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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가 팝핀현준이 그린 할머니들 초상화

 나이 든 소녀들은 말하고 그렸다

“가까운 일은 기억 못해도 옛일은 왜 이리 생생한지 모르겠다.”김순덕 할머니의 말씀이다. 유품전시관에는 할머니 열일곱 분의 인생 이력과 사진, 생전에 쓰던 물건이 있다. '한 맺힌 삶을 살다.' 전시관 소개 글에 딸린 제목이다. 즐거운 일보다는 한스러운 일이, 기억하고픈 일보다는 잊고 싶은 일이 많은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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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전시관 전시

“끌려간 친구들은 다 죽고, 나 혼자만 살아 돌아왔어.”

11살,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중 가장 어린 나이. 김외한 할머니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혼자 돌아왔다. 김옥주 할머니는 일자리가 있다는 일본인 집주인의 말에 속았다. 도착한 곳은 중국 하이난섬 위안소였다. 단 몇 줄로 축약하기에는 사연 하나하나가 길고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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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전시관 전경

생전 쓰시던 물건들은 어찌나 소박한지. 돋보기, 화투, 한글 교본, 고국으로 넘어올 때 손에 '단디' 쥐었을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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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소박한 유품

그림전시관에는 잔잔한 음악이 깔린다. 서촌 골목길, 작은 갤러리에 들어온 듯하다. 할머니들은 1993년부터 그림 수업을 받았다. 처음에는 주변 사물을 따라 그리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비통한 지난날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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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이 그린 그림 20여 점을 전시한 그림전시관

열다섯쯤 됐을까. 흰 저고리 입은 소녀가 누군가의 팔에 속절없이 끌려간다. 고향 땅에 핀 들꽃은 소녀의 외침을 듣지 못한 건지 야속할 정도로 아리땁다. 김순덕 할머니의 <끌려감>은 '위안부'로 끌려간 순간을 생생히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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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순덕 할머니의 작품 <끌려감>

그림 속 소녀들은 대부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있거나 눈을 감고 있거나 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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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강덕경 할머니의 작품 <빼앗긴 순정>

그렇다. 사람 한 명 누울 수 있는 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본군들 앞에서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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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강덕경 할머니의 작품 <책임자를 처벌하라>

추모관에서는 피해자들의 핸드 프린팅, 국내외 '위안부' 피해자 105명의 사진과 280명의 명단을 볼 수 있다. 일본의 전쟁 범죄를 고발한 용기 있는 이들의 얼굴이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에 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존 역사관도 둘러봐야 한다. '위안부' 제도의 성립 배경, 진상 규명에 관한 활동 기록, 일본군 위안소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 등이 정연히 정리돼 있다. 제3전시공간에는 피해자 증언을 참고한 위안소 모형이 있다. 쪽방은 5~7㎡ 남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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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위안부' 피해자의 사진과 명단

한바탕 가슴 아파했다 홱 돌아서지 말 것,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말 것, 현재 진행형인 할머니들의 아픔을 지그시 마주할 것. 그림 속 할머니들이 나직하게 건네는 당부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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