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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업상속공제 개편' 움직임 굼뜬 이유는?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 2019.05.17 08:35

홍남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가운데)이 지난 1월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가 당초 예고했던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 발표를 기약 없이 미루고 있다. 지난달(4월) 중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5월 중순이 훌쩍 넘었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실무선의 밑그림은 어느 정도 그려져 있던 상태인데, 정부의 계획에 없던 추가적인 재계의 요구가 나오는 등 판이 커지면서 이해관계자 간 의견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까지 가세하며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를 바라고 있어, 정부가 세워놓은 방안을 원안 그대로 내놓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부모가 평생을 바쳐 키워 온 기업을 물려받은 오너 2세(또는 3세)들의 최대 고민거리는 상속세다.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여기 저기서 볼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가업상속공제 개편의 추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연 매출액 기준으로 3000억원 미만 기업(중견기업 포함)이 공제대상이고, 세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가업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가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10년 동안 업종 유지 등 사후관리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보니 제도 활용도가 극히 낮은 형편이다. 2017년 한 해 기준으로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한 기업인은 75명에 불과했다.

재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도를 너무 빡빡하게 만들어 놓은 것은 아예 제도를 활용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감안해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제도 개편에 착수한 것이다.

10년이 지나기 전 지금 영위하는 업종이 사양(斜陽)산업이 될 가능성도 있는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면 가업상속공제 적용을 위해 충족시켜야 할 요건들은 현재의 기업 환경에서 지키는 어렵고 이를 상당수준 완화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큰 반대 목소리는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말 인사청문회에서 "가업승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성장에 기여하도록 제도를 근본적으로 보겠다"고 밝힌 이후, 기재부는 제도 개편을 본격 검토했다. 홍 부총리는 인터뷰나 간담회 등을 통해 개편 방향을 언급하며 발표 시기를 '4월'로 제시했다. 

특히 지난달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거나, 사후관리 기간 내 업종변경 허용범위를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에서 '중분류'로 바꾸는 안을 검토 중에 있다는 꽤 구체적인 개편 방향을 언급하기도 했다. 

가령 곡물제분업체는 현행 소분류에 따라 밀가루 제조 시에만 공제 혜택을 받았는데, 중분류로 넓히면 제빵사업을 해도 혜택을 볼 수 있다. 다만 매출액 기준, 공제한도는 조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까지 전개된 만큼 사실상 정책 방향이 정해졌고 개편안 발표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태세였다.

하지만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개편안 발표(4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들과 조율이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제대상인 매출액 기준과 공제한도 상향을 재계에서 요구하고 있는데, 기존 정책 기조에 수정을 가해야 할 부분이라 고심을 거듭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모양새다.     

가업

정부가 제도 실효성을 높이는 차원의 제안들을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산하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도 공제대상 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확대하는 내용의 의견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매출액 기준을 5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5000억원까지 올리는 여야의 개정안이 다수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지난 2015년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연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까지 확대하는 세법개정안을 정부안으로 추진했다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부자 감세'라는 반발에 막혔던 전례, 진보 성향 시민단체 등이 과도한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덥썩 정치권과 재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방향을 수정한 개편안을 내놓는 것이 애매한 형편이다. 

부분적인 요건만 풀자니 '빈껍데기' 정책이라는 비판이 두렵고 매출액 기준 상향까지 포함할 경우 부자 감세라는 거센 저항에 직면하는, '진퇴양난'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이 문제를 '장기전'으로 끌고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 시점에 개편안을 발표한다 해도 정쟁으로 사실상 '식물상태'가 된 국회 상황 등을 고려하면 다시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2~3달 앞으로 다가온 2019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정부의 개편 방향을 담아내지 않겠냐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발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개편방안이)세법개정안에 담기면 안 되는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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