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대외 경제환경 변화, 정부 경제정책 전환의 필요성 등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는 정치대로 경색국면으로 치닫고 국회 공회전 사태도 장기화되고 있어 우리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조세일보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을 만나 현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기업에 활력을 주는 경제환경 조성을 위한 상속세율 인하·차등의결권 도입은 물론 여야 갈등 해결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인터뷰 내내 '국민'을 강조하면서 여야가 갈등을 풀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황춘섭 조세일보 사장이 진행했다.
<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사장, 허헌 정치부장, 조성준 정치부 기자>
<질문> 여당 원내대변인이 됐는데, 소감은?
◆ 박찬대 = 국회에 입성했을 때 회계사 시절 봐오던 국회의원의 모습과 달랐다. 마찬가지로 원내대변인 되고 나니 국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해서 당론을 대변해야 하는 점에서 힘들기는 하다. 대신 우리나라 정책결정 과정이나 협상의 내용, 각 상임위에서 하나하나 벌어지는 일을 전반적으로 도와주면서 지켜보게 되니까 정치인으로서는 해볼만한 직책인 것 같다.
작년에 예결위 소위를 들어간 적이 있는데, 올해 예산 470조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기재부·야당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예산은 화폐단위로 표현한 정책이란 것을 느꼈는데, 원내대변인 되니 조금 더 정책적인 면, 정무적인 면에서 깊게 경험하고 있다.
<질문> 경제가 하반기에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데, 하반기 서민경제 상황을 예상한다면?
◆ 박찬대 = 생활물가와 대중교통 요금, 유류비 등이 잇달아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이 한 달 새 17% 가까이 올랐고, 소주와 맥주 그리고 과자제품 가격 등 생활물가도 추가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소득은 한계가 있는데 지출은 많아졌다고 말해 소비 심리가 위축된됐다고 느낀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내수둔화와 경기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현대경제연구원은 "현재 한국 경제는 하강 국면이지만 4월 들어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 동반 하락세가 멈춘 만큼 회복 국면으로 전환하는 신호가 감지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후반기 정부의 경제정책 대응기조에 따라 서민들의 경기불황 체감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오른쪽)이 황춘섭 조세일보 사장과의 경제불황 진단 등을 주제로 한 단독 대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민원 기자)
<질문> 현 경기불황의 원인을 진단해 달라.
◆ 박찬대 = 경기불황의 요인은 크게 '대외적 변수'와 '대내적 변수'로 나눌 수 있다.
대외적 변수로는 우선 글로벌 경제 하방 국면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2.9%에서 2.6%로 하향 조정했고, 미국 2.5%, 일본 0.8%, 유로존 1.2%, 러시아 1.2%, 중남미 카리브 1.7% 등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2%~2.7% 사이로 예측하고 있다. 3% 기대치에 미치진 못하지만 절망적인 수준까지는 아닌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 미·이란 갈등도 대외경제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패권유지 전략과 이에 대항하는 중국의 패권 도전은 인접한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란과는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유조선 2척 피격 사건으로 갈등이 발생해 국제 석유시장 불안이 심화됐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만한 대외적 변수로 추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질문> 대내적 요인은 무엇인가?
◆ 박찬대 = 대기업 고용 및 투자가 부진한 점,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추경예산 발목잡기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우선 국내 30대 재벌기업의 950조원에 달하는 대기업 사내유보금이나 현금유동성 자산이 신규투자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결실을 독식한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하청협력업체에 납품단가를 제대로 챙겨주거나 비정규직 고용을 줄이고, 청년 고용을 늘리는 일 등에 공세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본다.
자유한국당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추경안 통과를 위해 협조해주길 바란다. 때에 맞춰 비를 내려주고 물을 대줘야 농작물이 잘 자라듯이 경제 하방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추경으로 경제활력이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추경이 지금 국회에 발목 잡혀 집행되고 있지 못하지만, 정 안되면 하반기 추경 편성이라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문> 정부는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있나.
◆ 박찬대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정부 주재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민간 설비투자나 건설투자가 굉장히 부진해서 하반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민간분야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달 말 정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어려운 경제여건에 정책 처방을 보강하는 부분이 주로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의 경제 하락 인식에 따른 과감한 하반기 추경안이 제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세계적 경기침체 국면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내수활성화 위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추경, 미국의 오바마노믹스,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발언하고 있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 (사진=임민원 기자)
<질문> 정부는 그렇고, 여당은 어떤 입장인가?
◆ 박찬대 = 많은 국내외 기관들이 언급한것처럼 세계경제 하방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적절한 재정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보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확장적 재정정책뿐 아니라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서민경제에서도 자영업자, 중소영세상공인들 어려움이 크다.
금융기관들은 2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보수적인 신용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기를 활성화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보다는 담보력을 기초로 한 보수적인 신용정책만 이뤄지고 있다.
적극적인 신용정책이 이뤄져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소상공인이라든가 중소기업 경제 생태계의 밑바닥에 있는 부분들에 대해 활성화 정책이 요구되고 있고,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있는 혁신의 주체로서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규제 혁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들 제안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진력을 다하고 있다.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늘 시일이 지난 후 효과가 나타나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국민들에 대한 설득과 야당 합의를 하면서 정책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질문>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 박찬대 = 우리 당에서는 '적극적 재정 정책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소득격차 개선', '최저임금 연착륙·근로장려세제 확대 정착 등 가계소득의 안정적 증가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 구축', '기초연금 단계적 인상 지속 추진,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과 정착 등 복지·안전망·가계비용 절감 노력 지속',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확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모델 발굴·지원 등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선순환을 통한 성장동력 창출'을 해 나갈 것이다.
이외에도 '내수와 수출 투자의 활력 조성', '신기술 산업 창출 지원', '4차산업혁명 대비 기반 강화',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사회안전망 강화 핵심입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질문> 재정 확대가 경기 불안정성을 높일 것이란 우려가 있다.
◆ 박찬대 = 경기 부양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이해해주셔야 한다. 일각에서 재정지출 규모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예산과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재정안정과 균형재정을 위한 국가부채 비율 40% 이하 기준과 같은 고정관념이 있다.
정부는 5년마다 바뀔 수 있지만 기재부는 그 안에서 경제정책을 일관되게 펴왔던 곳이라 국가부채비율 40% 선을 지금까지 금과옥조처럼 생각해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국가부채비율 계산법이 국가부채 나누기 국내총생산(GDP)이라는 것이다. GDP기준이 5년마다 변경되고 있는데 2018년 GDP가 일부 증가했으므로, 따져보면 지금은 국가부채비율이 40%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따라서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가능하다.
세금도 해마다 25조씩 초과 발생하고 있어 재정건전성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질문> 추경에 기대감이 커보이는데.
◆ 박찬대 = 사실 이번 추경안 규모에 대해선 아쉬움이 크다.
추경 총액이 6조7000억원 규모인데, 2조2000억원은 재해 대비, 4조5000억원은 하방경제에 대한 대응적 차원이다. 실제 경기부양에 쓰일 4조5000억원은 굉장히 적다는 생각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3월에 한 9조정도는 잡아줘야 한다 이야기 했는데, 추경안을 조금 소극적으로 편성한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아직도 있다.
추경 규모도 아쉽지만 추경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이 정쟁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도 안타깝다. 지난 4월 25일 추경안이 제출된 후 오늘이 50여일이 지나도록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여야 모두 경제 활성화와 상생정치를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발언 도중 활짝 웃고 있다. (사진=임민원 기자)
<질문> 여야의 초당적 노력을 말했는데, 자유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 박찬대 = 여당 원내대변인으로서 국회 파행 과정을 지켜봤다.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말해보자면 자유한국당은 소위 '안방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장외투쟁이 길어지고 정쟁일변도로 가면 보편적인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렵지만 그것을 포기하더라도 콘크리트 지지층을 먼저 견고하게 다진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황 대표도 정치적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당을 이끌다보니 합의를 통한 절차적 정당성을 추구하는 원숙함을 보이지 못하고 다소 서툴은 면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황 대표는 원외니까 장외투쟁을 한다고 쳐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그 프레임에서 못벗어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정치권에서는 장외투쟁 통해서 '집안(지지층)'의 지지를 받기 위한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사이의 경쟁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많다.
우리 당으로서도 이러다가 내년 총선까지 아무것도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 여야가 국민 삶을 위해 하루빨리 국회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
<질문> 일자리 창출 및 기업체질개선, 경제활성화를 위해 상속세법 개정과 차등의결권주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데.
◆ 박찬대 = 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상속세법 개정'과 '차등의결권주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현행 법에는 상속 후 사후관리 기관을 10년으로 설정했는데 산업 트렌드가 갈수록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서 같은 업종을 10년간 유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고려대상이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당정협의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이 상속세를 감면받는 조건으로 업종과 자산,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축소된 것은 그나마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한다.
또한 고율의 상속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가치 있는 기업을 매각해버리는 부작용을 방지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차등의결권주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한국M&A거래소에 매각을 의뢰한 기업 730곳 중 상속하는 대신 팔아서 현금을 물려주겠다는 기업이 118곳으로 답했다는 조사가 있던데,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 매각이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인들이 상속세를 내려다가 자식에게 물려줄 때 경영권을 잃을까봐 상속을 포기하고 매각 대금이라도 챙기겠다는 것이다.
경제환경이 시시각각 변화해 가고 있기 때문에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선 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민단체는 부자 감세와 재벌 힘 실어주기 정책이라며 반발하는 반면, 경제단체는 공제대상·액수는 물론 세율도 완화하자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따를텐데, 갈등을 원만히 조절해야 한다.
<질문> 상속세법 개정에 대한 당정협의안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은?
◆ 박찬대 = '가업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고 '업종 변경범위를 중분류로 확대'하는데 까지는 개선됐지만 '공제 대상 기업과 공제액 확대'는 합의가 안됐다.
이번 개선안이 큰 틀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개선안에 대해 시민단체는 부자 감세라며 반발하고 있고, 경제단체에서는 공제대상·액수는 물론 세율도 더 크게 완화하자는 입장으로 부딪히고 있다. 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한국당 안도 차이가 있어 추가논의가 필요해보이고, 무엇보다 여론을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