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20일부터 4박5일 한·일 방문...먼저 日 들러 고위급 회담
韓, 안보실장·외교·국방 만나 현안 협의...한일갈등 중재역할 요청
볼턴 떠난 뒤 갈등 봉합안되면...갈등 장기화 가능성 커
◆…한일 갈등이 고조화되고 있는 가운데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NSC)보좌관이 20일(현지시간) 미국을 출발, 일본을 거쳐 한국을 연쇄 방문한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간 갈등이 이번 주가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한 데다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 배제 시한이 24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NSC)이 일본과 한국을 연쇄적으로 방문해 한일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21일 "한국 정부는 외교적 해결 입장을 밝혔고, 일본이 답할 차례"라고 공을 일본에 던졌다. 그러나 아베 총리 또한 이날 밤 <아사히TV>의 개표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고 밝혀 양국간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볼턴 보좌관은 20일(현지시간) 일본·한국 방문을 위해 워싱턴을 출발했다. 개럿 마퀴스 NSC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존 볼턴 보좌관이 중요한 동맹국들, 우방국들과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21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서울에서 볼턴 보좌관과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맹 강화방안 등 양국간 주요 현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먼저 일본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만난 후 23일 방한할 예정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어 24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정 실장과 강경화 외교부장관, 정경두 국방부장관과도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만남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함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과 관련해 볼턴 보좌관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갈등 (연합뉴스)
볼턴 보좌관의 이번 연쇄 방문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의 한일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방문 기간 중 적극적인 한일 갈등 중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볼턴 차관보는 일본 방문에서는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등 일본 고위급 인사와 만나 수출제한 조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GSOMIA 등 한일 갈등 문제에 대한 일본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며, 호르무즈 해협에의 자위대 파병 문제 등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일 갈등과 관련해선 미국으로서도 적극적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양국간 원만한 해결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미일 동맹관계에서 어느 국가 한쪽 편을 들어주기에는 미국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볼턴의 한일 연쇄 방문 후에도 한일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사태는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다음달 초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만나게 된다. 특히 AFRF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참석하기 때문에 한미일 외교수장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한일 갈등의 접점이 마련될지가 주목된다.
그러나 ARF에서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간 양자회담 개최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노 외무상은 지난 19일 남관표 주일대사를 초치해 언론에 공개된 상황에서 한국이 중재위 개최에 응하지 않은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 측에 의해 야기된 엄중한 한일관계 현황을 감안해 한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고노 외상은 이어 "한국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은 한일 우호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으로 뒤집는 것으로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은 거듭되는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뒤 남 대사에게 "본국에 정확히 보고하고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시정해주길 바란다"고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볼턴의 한일 연쇄 방문 결과에 따라 이번주가 한일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는 볼턴 보좌관으로 하여금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총 집결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