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려 벌어들인 돈, 국가에 세금으로 뜯기느니(?) 차라리 자식에게 몇 푼 더 줘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상속.증여세 탈세 문제가 심심찮게 지적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낙후된 '납세의식' 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
최근 '국가대표 기업' 삼성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변칙증여를 통한 세금회피 의혹이 논란의 주요 핵심. 거창한 '글로벌' 이란 수식어 뒤에는 감춰져 있던 '또 하나의 얼굴'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일 삼성 경영권 이전 과정에서 이뤄진 변칙적 증여에 대해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 과정의 복잡성으로 인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골자는 삼성 경영권 이전과정에서 '세금 없는 부의 세습' 현상이 빚어졌고 이에 대한 법원의 '단죄' 가 결정된 것이다.
물론 삼성측은 '관행' 혹은 '편법' 이라는 변명을 할 수도 있는 문제다. '합법적 절세' 라는 변명도 가능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나라 세법에는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틈새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게는 몇 만원, 많게는 몇 십만원 세금을 줄여 쏠쏠한 재미를 얻는 일반 국민들의 절세 개념을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편법 증여를 '절세' 와 비교한다면 번지수가 잘못된 것일 것이다.
기업의 이익은 소비자인 대다수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창출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익의 일정부분은 전체 사회와 공유되어야 하는(사회환원) 측면이 있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진이 세금을 변칙적으로 줄여가며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경영권 세습) 모습은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을지언정 결코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공룡기업' 삼성이 최근 몇 개월새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X파일, 금산법에 이제는 변칙증여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 등 그야말로 엎친 데 겹친 격이다.
그러나 털어 낼 것이 있다면 털어내고 가는 것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자존심과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때만 넘기면 되겠지' 라는 식으로 피하고 숨는다면 더욱 따가운 지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검은색이든 파란색이든 '의혹'을 달고 다니기에는 삼성이란 기업의 공공재적 성격이 너무 강해졌다. 다시 말해 삼성은 단지 경영진의 소유기업 아니라 '국가대표' 기업임과 동시에 코리아 브랜드를 한층 밝혀주는 '아이콘' 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삼성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글로벌 기업 삼성에 대한 국민 정서는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