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혐의 소명, 증거인멸 염려" 영장 발부
자산관리인 보관 노트북·PC 하드 교체 등 증거인멸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불법투자 등 11개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24일 구속됐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정 교수는 영장 발부에 따라 곧바로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부장판사는 23일 정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24일 자정을 넘긴 0시 18분경 "구속의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약 7시간의 영장심사와 6시간의 기록 검토 끝에 내린 결론이다.
송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경과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이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정 교수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조 전 장관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교수 측이 영장심사 과정에서 입시 비리 및 사모펀드 투자 등 대부분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은 구속 사유 가운데 '증거인멸 우려'를 따로 언급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 등을 구속의 사유로 정하고 있다.
법조계는 검찰에 제출되지 않은 정 교수의 노트북이 구속의 향방을 갈랐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검찰은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정 교수에게 증거위조교사·증거은닉교사를 적용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자산관리를 돕던 한국투자증권 차장 김경록씨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달 6일 보관 중이던 정 교수의 노트북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정 교수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노트북을 끝내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가 김씨에게 자택과 연구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라고 요구한 사실도 증거인멸의 정황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송 부장판사는 정 교수의 주요 혐의인 '증거인멸'과 관련돼 다수의 피의자를 구속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삼성전자 상무 2명에 대해 지난 5월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SK케미칼 부사장의 증거인멸과 관련해서도 영장을 발부했다.
뇌종양·뇌경색 증상을 호소한 정 교수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구속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의견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불법투자, 증거인멸 의혹 등 크게 세 갈래의 의혹에 대해 11개의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21일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 등 자녀 입시와 관련한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11개 혐의를 적용해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딸의 입시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선 업무방해와 위계공무집행,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위조사문서행사,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정 교수의 딸 조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허위로 인턴 증명서를 발급받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사모펀드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선 업무상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이 밖에 자산관리인인 증권사 직원 김경록 PB를 통한 컴퓨터 교체 및 반출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정 교수에게 증거위조교사 및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