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전 차관보 "중요한 문제는 언제까지 北 실험 중단 상태 유지할지"
"북한, 트럼프 대통령 재선 바라는 만큼 엄포일 가능성도 있다"
허바드 전 주한대사 "미국, 앞으로의 길 모색 위해 언급 자제"
미국이 북한의 최근 잇따른 대미 압박 성명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을 두고, 미국내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까지 북한과 현 수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31일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대북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힐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 11월까지 미·북 관계가 지금처럼만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일(현지시간) VOA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북한 문제가 해결됐다고 믿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상황이 유지되기를 원할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난 5일 스톡홀롬에서 열린 미·북 실무협상 결렬 후 김계관 순회대사 등 북한 고위관리들의 잇단 성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과연 언제까지 (미사일)실험 중단 상태를 유지할지"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거듭 연말 시한을 언급하고 있는 데 대해, 이후 실제로 탄도미사일 발사 등 더 큰 도발을 감행할 수 있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만큼 엄포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부각함으로써, 긴장을 유발하고 미·북 대화를 종결할 북한의 도발 행위를 막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가 아마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대화를 끝낼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 주민들이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과의 친분에 의존하지 말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리에 북한 관련 발언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어든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러한 이슈들은 트윗과 공표가 아닌 비밀채널을 통해 처리될 수 있다"면서 "그래서 공표가 없는 것이 미국 측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북핵과 같은 중대 이슈는 '트윗 메시지'나 '대외 성명'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채널'을 통해 다뤄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대사 역시 스톡홀롬 협상 결렬 후 미국이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아울러 "북한이 실무협상 대신 여전히 정상회담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와 같이 선뜻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성사시킬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모두가 충분한 준비없이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을 비난하고 있다"면서 "탄핵 국면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