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계산서에 기재된 '공급받는 자의 성명 또는 명칭'이 실제 사업자의 것과 다르더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를 실제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로 볼 수 있다면 '공급받는 자의 성명 또는 명칭'이 실제 사업자의 것과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매입세액 공제가 인정되지 않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창출한 부가가치를 과세대상으로 하는 세금이다. 부가가치는 사업자가 물건을 판 금액에서 물건이나 재료를 사 온 금액 등을 차감한 금액이다. (매출액 – 매입액)을 부가가치로 보는 셈이다. 이러한 부가가치에 세율을 곱한 금액이 사업자가 납부하여야 할 부가가치세액이 된다.
실제 세법상 부가가치세가 작동하는 구조는 다음과 같다.
사업자는 물건을 팔 때 물건 값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액을 산 사람으로부터 걷는다. 이 때 걷는 부가가치세를 매출세액이라 한다. 또한 사업자는 물건을 사 올 때 상대방에게 물건 값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지급하게 된다. 이 때 지급하는 부가가치세를 매입세액이라 한다.
사업자는 이러한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차감한 금액을 부가가치세로 납부하게 된다. 만약 매입세액이 매출세액보다 크다면 그 차액을 환급받게 된다.
이러한 부가가치세 납부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각 거래 단계에서 공급하는 자의 매출세액과 공급받는 자의 매입세액이 일치하는지 과세당국이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세법은 각 거래에서 수수되는 세금계산서의 정확성과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세금계산서의 필요적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에는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타인의 명의를 빌려서 사업을 하는 경우, 매입 세금계산서의 "공급받는 자" 부분에 그 타인의 명의와 등록번호가 기재된다.
그런데 세법은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를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경우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가 타인의 것이기 때문에 필요적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타인의 명의만을 빌렸을 뿐 온전히 자신의 계산과 책임으로 사업을 영위하며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는 경우에는 해당 사업장이 온전히 실제 사업자의 사업장으로 특정될 수 있고, 그 타인의 등록번호는 곧 실제 사업자의 등록번호로 기능하는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매입세액 공제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타인의 명의만을 빌린 경우, 그 타인의 명의와 등록번호가 기재된 세금계산서를 통해서도 사업자가 공제받을 매입세액과 전단계 사업자가 거래징수할 매출세액을 대조하여 상호 검증하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처럼 세금계산서 제도 운용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비록 일부 기재가 사실과 다르더라도 매입세액을 불공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대상판결과 같이 매입세액 공제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6두62726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