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6년 선고…2심 징역 5년 감형
대법 "국정원장, 회계관계직원 해당…이병호 특활비 뇌물"
◆…대법원이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뇌물 혐의 등에 대해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8일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 상고심 선고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국고 손실과 뇌물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잘못이 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건넨 혐의를 받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특별사업비 집행과 관련한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전 국정원장 세 명은 특활비 집행과정에서 직접 사용처와 지급시기와 금액을 확정해 수행했다"며 "특활비를 실제로 지출하도록 해 자금지출행위에도 관여하는 등 회계관계업무에 해당하는 지출원인행위와 자금지출행위를 실질적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결국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므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2심)은 파기돼야 한다"며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2심은 국정원장이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을 감경한 바 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특활비 2억원에 대해서도 뇌물수수로 볼 수 있다며 이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이병호 전 원장에게 국정원 자금을 그만 내라고 지시한 상태에서 이병호 전 원장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특활비를 별다른 이의 없이 받았다"며 "박 전 대통령이 당시 특활비에 대해 예전에 받던 것과는 성격이 다른 돈이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나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과 이병호 전 원장은 2억원을 수수할 정도의 사적인 친분관계는 없었고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자발적으로 거액의 돈을 낸 것은 국정원장의 직무집행에 관해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총 36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봤지만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6년에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국정원장은 회계관리직원이 아니며, 특활비도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국고손실 혐의 일부를 업무상 횡령으로 인정해 징역 5년에 추징금 27억원으로 감형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지난 8월 대법원에서 파기돼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