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측 "회계기준 해석 차이, 구체적 자료 달라"
증선위 "바이오젠 의결권 있어 단독지배 구조 아니다"
재판부, 분식회계 검찰수사와 별개 진행 입장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행정 소송이 15일 시작됐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이날 열린 시정요구 취소 청구 재판에서 "형사 사건과 별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4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일반적인 회계부정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 15일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해 5월 열릴 예정이었던 첫 기일을 재판부가 연기함에 따라 소송이 접수된 지 1년2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이번 재판을 시작으로 삼바 관련 사건인 임원해임권고 취소사건의 공판이 이번 주 연달아 진행된다.
삼성바이오 측은 이날 "2012~2014년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삼성바이오가 85% 이상의 지분을 가졌다"며 "여러 사정을 비춰보면 삼성에피스에 대한 단독지배가 당연하고, 연결회계처리도 회계기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해석하는 견해가 다른 것"이라며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 쟁점에 관한 회계기준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증선위 측은 "바이오젠이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사건의 핵심"이라며 "바이오젠이 의결권을 갖고 있어 단독 지배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바이오젠이 실질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삼성에피스에 대해 공동지배를 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객관적으로 적법했는지가 쟁점"이라면서 "삼성바이오 측에서 의도적으로 주석 기재를 누락했는지, 회계를 조작했는지 단정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형사사건을 기다려볼 생각이었는데 (검찰 수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별도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2018년 11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 변경 과정에서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상장 직전 자회사의 1조9000억원 흑자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회계처리기준을 해석·적용했다고 봤다.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자회사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변경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증선위 판단이었다.
이에 증선위는 2018년 7월 삼성바이오에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와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처분(1차 제재)을 내렸다. 이어 11월에는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고 대표이사 해임 권고 및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등 2차 제재를 추가로 했다.
그러자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또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등에 대해 판결 후까지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삼성바이오가 낸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선 법원은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제재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제재 처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항고 사건에서 기각(심리불속행)했다.
앞서 1·2심 또한 "제재 효력을 중단한다고 해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는 적다"며 증선위의 1·2차 제재에 대해 모두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삼성바이오에 대한 제재는 본안 소송 판결 후 30일이 지날 때까지 그 효력이 정지된다.
한편 관련 형사사건에선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2월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를 검찰에 고발한 뒤 약 1년 동안 수사가 진행돼왔다.
다만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 사건에선 법원이 관련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재경팀 이모 부사장 등에게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 시정요구 취소 청구의 다음 재판은 3월 18일 속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