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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율 너무 높다" 목소리엔 귀닫고... 곳간 채우기만 관심?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 2020.01.23 09:40

재계 거물들 연이은 타계... 수 조원 규모 상속세수 확보한 정부
살인적 세율 등 상속세제 조정 요구엔 여전히 '모르쇠' 일관

신격

◆…지난 19일 별세한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분향소가 마련된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신 회장의 별장에서 21일 오전 조문객들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지난 19일 별세하면서 재계 안팎에선 고인이 살아생전 축적한 1조원 규모의 재산 상속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인의 자재들이 막대한 부(富)를 이전 받으면서 내야 할 상속세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나타나 있는 상속재산을 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 국내 계열사 지분으로 한정하더라도 최소 2500억원 규모의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상속세 제도는 강한 '부의 재분배'를 통한 양극화 해소라는 개념에 지배되고 있다. 이 부분만 떼어 놓고 보면, 다수의 지지를 받는 상속세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기 힘든 것이 사실.  

하지만 전반적인 제도의 설계도까지 범위를 넓혀 살펴보면 부유층이 부담하는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의 막대한 상속세가 과연 적정한 것인가, 따져볼 필요성이 크다. '살인적' 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높은 세율로 유족들보다 오히려 국가의 몫이 더 커보이는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 때문에 기업인들의 경영의욕이 떨어지고 심지어 막대한 세금이 무서워 평생 일군 자식 같은 기업을 팔아치우려는 기업인들의 얘기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말로는 '기업 기 살리기'를 외치면서도 상속세 문제는 정치적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다보니, 꼬인 실타래는 풀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막대한 세금 남긴 채 하늘로 떠난 경제계 거목들

그래픽 수정

23일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은 롯데지주 3.1%, 롯데제과 4.5%, 롯데쇼핑 0.9%, 롯데칠성 1.3% 등 국내 롯데 계열 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평가액은 약 4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일본 계열사 지분, 부동산(인천 골프장 부지 등)까지 더하면 표면적으로 드러난 자산의 가치는 1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계열사 지분 상속에 따른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 지분이 분할 상속 되더라도 신동빈 원톱 체제인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은 11.71%로 총수 일가 중 가장 많다.

현행법상 상속으로 인해 재산을 취득한 상속인은 사망일(상속개시일)이 속하는 월말로부터 6개월 이내 관할 세무서에 상속세를 신고해야 한다. 지분으로 한정해 (신고납부 기한 7월31일) 기한내 신고했을 경우, 3%의 신고세액공제 혜택을 감안하면 납부세액은 약 2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본 계열사 지분, 부동산까지 상속될 경우에는 상속세 규모가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한데 재계 안팎에서는 4000억원 규모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상속은 신 회장의 부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를 비롯해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 등이 나눠받게 된다. 막대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3남매가 롯데그룹 지배와 무관한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거대 기업을 일군 창업주들의 타계하면서 유족들이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엄청난 금액을 세금을 낸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2003년 타계한 고(故)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유가족이 국세청에 184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신고·납부했는데, 유족들이 상속받은 재산(주식, 부동산 등 3000억원 규모)의 절반 이상이 국가의 몫으로 돌아갔다. 지난 2016년 별세한 오뚜기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은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15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신고(연부연납 신청)했다.

상속세 최다 납부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구 회장이 고(故) 구본무 회장의 LG그룹 지분 8.8%를 상속받아 발생한 세금은 약 72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세 문제 성토 목소리에 귀 꽉 닫은 정부

상속세

세계적인 케이스와 비교해도 비상식적 체계를 갖춘 대한민국의 제도로 인해, 상속세는 온갖 편법을 동원해 빠져나가는 것을 빗대어 '바보세'로도 불린다. 실제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총 상속재산가액 20조5726억원에서 실제 납부된 상속세는 3조9756억원에 불과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속세가 없는 국가는 13개국이나 된다. 세율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일본(55%) 다음이다. 그러나 최대주주 할증이 적용되기 때문에 최고세율은 65%에 달하는데, 일본과도 게임이 안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상속세율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이 크다보니 편법·불법 상속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있다"며 "상속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속세 과세체계를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어느 정도 조성된 분위기다.

가업상속공제(사후관리요건 등), 최대주주 할증(중소기업 제외 등)을 완화한 세법개정만 봐도 그렇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부의 대물림 문제에 대한 적정과세를 위해 상속세와 증여세 과세 체계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며 권고(지난해 2월)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상속·증여세 체계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입장을 간간히 내비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세율 등 전반적인 체계 수정을 선뜻 할 뜻은 없어보인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이 부부을 잘못 건드리면 정권의 정체성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계, 일부 학계를 중심으로 상속세율 인하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먼저 선행이 되어야 한다"며 "(현재 검토되고 있는 상속세 체계 재검토 부분)올해 정기국회에서 보고될 내용에는 세율 조정 관련한 부분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상속을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척, 폼을 잡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의 영역인 '부자감세' 이념에 함몰되어 주저 주저하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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