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업 부진에 제품가 반영 실패 부담…中법인 부진 심화 겹쳐
◆…현대제철 최근 5년 분기별 영업실적. 2019년 4분기는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제철이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첫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초부터 글로벌 공급차질 이슈로 원재료값 급등세가 지속됐지만 주요 수요산업 부진으로 인해 제품 가격인상에 끝내 실패하면서 부담을 떠안았다. 판재류가 주춤할 때 이를 상쇄하던 봉형강 부문도 건설경기 둔화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 중국 종속법인의 부진 심화까지도 겹쳐 울상을 지었다.
올해에는 1분기 각 제품 가격협상에 박차를 가해 2분기부터 예년 수준의 수익성 정상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철광석값이 작년 3분기 연중 고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였으나 안정화가 아직 더딘 수준인 가운데 통상 2~3개월 가량 원료를 비축하는 철강업 특성상 빠른 반등을 기대하긴 다소 어렵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조 8218억원, 영업손실 1479억원, 당기순손실 737억원으로 잠정 집계해 29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이 9.2% 줄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전환한 실적이다. 전분기에 비교하면 매출 4.5% 감소, 영업이익 적자전환, 순이익 적자지속으로 각각 기록됐다.
이 회사가 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1년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약 18년 만에 처음이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 341억원이 최근 10년 이래 최저수준이었으나 부진이 더욱 심화됐다. 점진적 상승세로 지난해 2분기 역대 최대수준인 5조 5719억원을 기록했던 외형도 하향 곡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제철 최근 6년 연간 영업실적. 2019년은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 같은 분기별 부진은 연간 실적도 끌어내렸다. 현대제철의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20조 5126억원, 영업이익은 3313억원, 당기순이익은 25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1.3%, 67.7%, 93.7%씩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은 1.6%로 같은 기간 3.3%p 떨어졌다.
영업이익 누적치도 2002년 3301억원 이후 최악의 기록으로 남았다. 2014년부터 5년간 해마다 1조원에서 1조 5000억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내왔던 만큼 이번 실적이 더욱 뼈아프다. 고로(용광로)의 주원자재인 철광석 최대 생산처인 브라질과 호주 등에서 사고 발생 등으로 글로벌 공급차질이 빚어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018년 6월~2019년 월별 철광석 가격동향. 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이 2018년 톤당 65~75달러 수준에서 7월 평균 120달러대까지 치솟아 철강사들에 타격을 입혔다. 8월들어 공급이슈 해결로 하향 추세를 보였으나 90달러 내외로 안정화가 더디게 진행됐고 이달에도 95달러 수준의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주요 수요산업군이 경기 악화로 제품 가격인상에 난색을 표해 철강업계가 원료 부담을 덜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철광석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강판과 조선용후판 등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반영이 난항을 겪어 영업이익이 줄었다"면서 "봉형강 부문도 하반기 건설수요 부진 심화로 철근·형강류의 판매량이 줄었고 판매단가도 하락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모그룹인 현대·기아차가 중국시장에서 장기간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법인도 부진 심화로 실적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에 4분기 수익성 악화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결단에 따른 1회성 비용도 발생했다. 회사측은 "지난해 중국 스틸서비스센터(SSC) 법인의 가동률은 60% 수준으로 베이징과 천진 법인을 하나로 모으는 등의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4분기에는 희망퇴직 보상비용 100억원, 판매불가능 재고자산 폐기 200억원, 탄소배출권 충당금 200억원 등 500억원의 일회성 비용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올해 수익성 회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철광석 가격이 점진적 하향안정세로 돌아서 연평균 톤당 65~70달러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연초에는 지난해 발목을 잡았던 제품가격 인상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1분기 판재류 2~4만원, 차강판 3만원, 봉형강 3~5만원 인상 등을 이끌어내면 2분기 이익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 깔렸다. 또 지속가능경영을 잇기 위해 올해 강판과 설비 6500억, 연구개발 2000억 등 1조 3500억원의 신규투자도 단행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2020년에도 전 세계적 제품 수급 불균형과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리스크가 겹쳐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수익성 향상을 위한 사업구조 개편과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변화·추진 역량을 높여 위기에 강한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