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회계법인, 증선위 감사제한 3년 처분 불복 소송
대법 "증선위 제재 재량권 일탈", 감리결과 조치처분 취소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대한전선에 대한 회계 감사가 잘못됐다며 안진회계법인에 과징금을 부과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 처분은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안진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들이 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감리결과조치처분 취소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과 회계감사기준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증선위는 2014년 종합 전선회사인 대한전선이 2011~2012년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공시해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대한전선에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한전선은 당시 회수가능성이 낮은 매출채권의 대손충당금 약 2300억원을 과소계상하고, 재고자산과 자기자본 및 당기순이익을 각각 390억원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전선의 감사를 수행했던 안진도 외부감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증선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안진은 2012~2013년 대한전선과 그 종속기업의 감사 결과 이들의 연결재무제표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증선위는 안진이 감사 과정에서 대한전선의 채권 회수가능성을 과대평가해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한 사실을 감사의견에 적절히 반영하지 않는 등 형식적 감사를 진행했다고 봤다.
이에 증선위는 안진에 손해배상공기금 추가적립(70%)과 대한전선에 대한 감사업무제한 3년의 제재를 내리고 감사인들에 대해서도 주의 또는 1년간 직무정지 등의 제재를 가했다.
안진은 증선위의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증선위가 처분의 기초에 관한 사실 오인으로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이 있다"며 안진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2011년 감사에 있어 대한전선의 채권에 손상징후가 있음에도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손상징후가 없다고 잘못 판단한 사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2012년 재무제표 감사에 대해서는 "매출채권의 대손충당금이 적절히 설정됐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2심 역시 "2011년 감사 부분은 처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증선위가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이 있는데 법원이 재량권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전부를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증선위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은 대한전선이 2011~2012년 재무제표에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안진이 적정 의견을 표시했더라도 안진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원심의 판단에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과 회계감사기준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