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차→전기차 '패러다임 전환기'
유럽, 일본 제조사들 전기차 전환 '속도조절' 中
전기차 '올인모드' 가동한 현대차, 2021년 '4단계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
10년 전, 애플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패러다임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되는 것을 빠르게 알아챈 후 앞서가는 애플의 뒤를 바짝 뒤쫓았다.
반면 LG전자는 주저했다. '캐시 카우'였던 피처폰을 지키고자 패러다임 변화 앞에서 망설인 것이다. 10년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스마트폰을 파는 회사로 성장했고 LG전자는 여전히 시장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채 헤매고 있다.
자동차 시장도 패러다임 전환기에 직면했다.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뒤바뀌는 이 중대한 시기, 현대자동차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그 선택은 삼성의 그 것인지, LG의 전철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테슬라와 유럽 ·일본 제조사 '빈틈'을 노리는 현대차 |
◆…2019년 전세계 탑10위 제조사와 테슬라와 판매 수 비교. 현대기아는 700만대를 납품했으나 테슬라는 37만대를 판매했다. 현대기아차가 20배 더 많은 차를 팔았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애플'이며 가장 앞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는 한 달 만에 주당 400달러에서 900달러까지 올랐다. 결국 시가총액 190조원에 이르러 전세계 자동차 회사 중 시총 2위기업이 됐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이런 주식평가는 과장되었다고 분석한다. 테슬라의 전세계 2019년 매출점유율은2%가 안되며 시장점유율은 0.5% 수준이다. 심지어 2019년 2분기 연속 흑자를 냈음에도 결국 약 1조원 손실을 봤다.
비스니스 인사이더는 "이런 높은 주가를 정당화하려면 공장을 더 짓고 차를 더 만들어 판매량으로 실적을 뒷받침 해야 한다. 그러나 운영자금이 주가에 의존적인 상황이라 안정적인 자금 공급이 불안하다. 또한 내연차보다 천만원 정도 비싸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구매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패러다임이 뒤바뀌는 상황에서 테슬라 뒤를 쫓고 있는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현대차는 바로 전기차로 갈아탈 기세인 반면, 유럽과 일본 제조사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를 디딤돌 삼아 전기차로 서서히 전환할 계획이다.
이들은 고성능 내연차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 동일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전기차를 내놓으면 지금까지 다져온 고급 브랜드가 다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
여기에 현대차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테슬라는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워 규모의 경제로 가격을 낮추기도 어렵다. 유럽과 일본은 기존 브랜드를 지켜야 하기에 천천히 바꿔야 한다.
| 삼성의 '갤럭시S'가 될 현대차의 '프로페시' |
◆…왼쪽은 2020 제네바 모터쇼에 공개될 '프로페시'. 오른쪽은 2019 제네바 모터쇼에 공개된 '이매진 바이 기아' (출처 현대기아자동차)
현대차가 가성비 좋은 전기스포츠카를 내놓는다면, 포르쉐, BMW, 렉서스의 내연기관 스포츠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고성능 전기스포츠카 = 현대'라는 공식도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 시킬 수 있다. 이 브랜딩 파워로 일반 전기차도 함께 이끌 수 있다.
그 주인공은 현대차가 다음 달 공개할 '프로페시'.
이 프로페시 기반의 전기스포츠카가 현대자동차 군단을 이끌 선봉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연간 50만대 생산하는 테슬라와 달리 9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가 테슬라와 비슷한 고성능 전기차를 더 좋은 품질과 가격으로 수백 만대 생산한다면 전세계 제조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
'LG전자'는 10년 전 피처폰으로 화려한 역사를 썼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 주저하다가 결국 시장에서 지위를 잃어버렸다. 반면 '삼성전자'는 그 패러다임을 쫓아 애플 뒤를 바싹 따라 붙어 결국,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으나 다른 제조사들은 LG처럼 주저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삼성전자처럼 전환의 선봉에 서있다. 10년 뒤, 전기차 시장을 누가 이끌고 있을까?
우리는 이미 선례를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