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국민여론 왜곡한 언론에 법적 대응"
갑종근로소득세수의 증가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일부 언론이 '객관적이지 못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왜곡된 사실을 보도한 것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최근 소득세 2%인하 등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은 한나라당이 이 같은 사실을 전면에 내세워 감세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나설 것을 의식해 적극적인 반론을 제기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문석호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내년도 갑종근로소득세수 증가율은 26%가 아닌 12.4% 수준이다" 라며 "전체 소득세 증가율도 12.9%로 부가가치세(14.2%), 상속증여세(20.9%) 등 타 세목에 비해 높은 수준이 아니다" 라고 지적했다.
□ '갑근세 논란' 의 출발점
14일 각 언론들은 정부가 소위 '유리알 지갑' 으로 불리는 근로자들로부터 징수되는 '갑종근로소득세수'를 정부가 올해 잡은 예산보다 무려 26%나 늘려 잡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재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소득세 세입 예산액을 27조6777억원으로 책정해 올해(2005년) 예산(24조5076억원)보다 8.6% 늘려 잡았다. 이 중 근로자들로부터 징수되는 갑근세 예산은 12조321억원으로 예산과 대비해 무려 26%가 증가했다.
이에 반해 개인사업자 등이 주로 부담하는 종소세(4조8097억원)는 올해 예산에 비해 7.6% 적게 반영됐고 양도소득세(4조7529억원)는 3.8%, 외국인 기업 종사자 등에 대한 을종 근로소득세(149억원)는 50%가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편성했다.
논란의 핵심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 로 귀결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갑종근로소득세수 추정치를 올해 본예산하고만 비교 분석해 비교대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경부 김낙회 소득세제과장은 "올해 추경예산안에 포함된 징수전망액(10조7029억원)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하는 것이 맞다" 라며 "이럴 경우 내년도 갑근세수 증가규모는 26%가 아닌 12.4%가 된다" 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문석호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내년 근로소득세 전망이 금년에 비해 12.4%가 늘어난 것은 임금상승률(7.2%)이 높아지고 근로자 수가 증가(2.1%)하는데 원인이 있다" 며 "또 연봉제 확산으로 고액연봉자수가 늘고 누진세 구조로 인해 고소득층의 세부담 증가가 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근로자들의 명목소득이 늘고 있고 정부가 각종 공제 제도 등을 현행 수준으로 묶어놓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세수가 '증가' 하는 것이지 세목 신설, 세율 인상 등을 통한 인위적 '인상' 이 절대로 아니라는 설명이다.
□ 야당 '감세안' 의 논거 제공(?)‥전전긍긍하는 정부·여당
정부와 여당이 일부 언론들의 이 같은 보도에 발끈하고 나선 것은 현재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감세안을 의식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근로자의 세금만 늘리고 상대적 고소득층인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는 세금을 늘리지 않는 것처럼 비춰질 경우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소득세율 2% 인하 등 감세안이 긍정적인 여론을 등에 엎고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석호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8·31대책과 감세정책 등 중요한 조세관련 국회논의를 앞두고 이러한 왜곡된 인식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며 "행정부로 하여금 적극적인 대응을 하다록 촉구할 것" 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갑근세 논란' 에 대해 정부의 편을 들고 나섰다. 심상정 의원은 "근로자와 자영자의 조세형평이 강화돼야 한다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객관적이지 않은 통계로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조세저항을 부추기는 것은 우려된다" 고 말했다.
심 의원은 "갑근세 증가율 논란이 마치 근로자와 자영자의 조세형평 문제를 부추기고 이를 근거로 근로자를 위해 소득세를 인하해 주겠다는 엉터리 감세론의 근거로 악용될 것으로 우려된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발빠르게 갑근세 논란 진화에 나선 것과 달리 소득세율 인하라는 거대 감세안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결국 정부, 여당이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에만 집착해 논란을 오히려 키우는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다.
□ '오십보 백보' 논란보다 근로자 세부담 증가 근본 대책 필요
갑근세수 증가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동안 봉급생활자들이 부담하는 갑근세가 매년 정부가 예상했던 세수에 비해 수 천억원씩 초과 징수됨에 따라 근로자와 자영업자간 조세형평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은 '연례행사' 나 다름없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갑근세는 매년 예산액보다 실제 징수액이 더 많았다. 2001년에는 2조1434억원(38.7%), 2002년 1878억원(2.5%), 2003년 5825억원(7.5%), 2004년에도 1조5619억원(18.9%) 등이 초과 징수됐다.
그때마다 정부는 근로자의 명목소득이 증가했고 갑근세 과세체계가 '누진적' 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징수액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상대적 고소득층이라고 할 수 있는 자영업자가 내는 '종합소득세수' 는 근로소득세수처럼 크게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아이러니' 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부터 3년간 연속으로 실제 징수액이 예산 규모를 밑돌았으며 올해도 예산5조2058억원에 비해 12.7% 적은 4조5448억원만 징수될 것으로 추산하는 등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종소세수는 과표양성화 부진, 경기침체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고 그럴듯한 해명을 내놓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과표확인이 용이한 근로자들에게서 매년 수 천억원씩 세금을 초과 징수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조세전문가는 "정부가 현금영수증 제도 활성화 등을 통해 자영자의 과표를 양성화해 이들로부터 합당한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라며 "그렇지 않고서 근로자 등에게서만 세금을 매년 초과로 징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면세점 이하의 근로자를 과세근로자로 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영업자와 근로자간의 조세형평을 맞추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 라며 "정부가 공제제도 현행유지 등의 방법으로 세혜택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들이 내는 세금은 갈수록 늘어날 것" 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