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자가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것은 '주식'이지 '현금'은 아니기 때문에, 명의수탁자가 증여세 과세대상 기간이 아닌 3개월 안에 주식을 현금으로 팔아 되돌려 준 경우엔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고등법원의 입장.
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금까지 국세청은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해 계속 과세를 해왔지만, 국세심판원은 '증여세 신고기한(3월) 내에 증여재산 반환시는 증여세 부과대상이 아니다'라며 국세청 패소결정을 번번이 내리던 터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14일 사법당국은 "서울고등법원이 최근 증여의제 재산은 금전(매각대금)이 아닌 명의신탁주식 자체이므로 명의신탁주식 매도대금의 반환을 증여 받은 재산의 반환으로 볼 수 없어,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2005년 7월 20. 2004누19752)했다고 밝혔다.
명의신탁에 따른 당연한 예정행위인 재산의 처분대가 반환을 이유로 수탁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면, 조세회피목적의 명의신탁을 억제하고자 하는 법의 취지가 몰각된다는 것이 고등법원의 판결이유다.
고법은 판결문에서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해야 한다"며 "특히 감면요건 규정 가운데 명백히 특혜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조세공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고법에 따르면 사건관련 A씨는 지난 2000년 12월 31일 명의개서를 통해 B씨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했으며, 이후 B씨는 관련주식을 모두 매각한 뒤 그 매도대금을 명의신탁일로부터 3월 이내에 A씨에게 전액 되돌려줬다.
이와 관련 고법은 "B씨가 증여 받은 것으로 의제되는 재산은 금전이 아닌 이 사건 명의신탁주식 자체이고, 수탁자가 명의신탁자산을 처분해 그 대금을 위탁자에게 반환하는 것은 조세회피목적의 명의신탁에서 당연히 예정된 행위"라고 판단했다.
수탁자가 명의신탁재산의 처분대가 또는 가액상당의 금전을 위탁자에게 반환하는 것을 증여받은 재산의 반환으로 봐 과세할 수 없다면, 명의신탁행위를 증여의제 과세로 조세회피목적의 명의신탁을 억제하고자 하는 법의 취지가 몰각된다고 고법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고법은 "B씨가 명의신탁주식 매도대금의 반환을 증여받은 재산의 반환으로는 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유없다"며 "국세청 과세는 정당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조세전문가들에 따르면 대주주가 명의신탁을 통해 주식의 일부를 다른 사람 명의로 할 경우, 대주주는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의 면제 ▲대주주 주식양도차익의 양도소득세 부담회피 ▲배당소득의 누진세율 적용회피 등 다양하게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조세전문가들은 "주식명의신탁을 통해 3월내 명의신탁자가 주식을 양도해서 양도대금을 되돌려주는 행위에 대해 '국세청 과세→국세심판원 비과세'입장이 반복하던 관행에서 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명의신탁주식을 3월내에 주식매각대금으로 반환한 경우 지금까지의 국세청 입장은 과세였지만, 국세심판원 때문에 예규로 '비과세입장'을 취해왔었다"며 "이번 법원판결은 심판원 결정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