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자진 고백할 수 있는 기간인 내년 말까지 국내 기업이 분식회계를 떨어낼 것을 기대하고 있어 분식회계의 망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분식회계 실체
대기업 분식회계의 실체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건은 대우그룹의 해체를 몰고 온 천문학적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이었다.
대우그룹은 김우중 전 회장의 지시로 수출대금 조작, 차입금 누락 등의 방식으로 41조 1000억원을 분식회계 처리하고 이를 근거로 금융기관에서 9조9000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초 SK그룹의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사태는 국내 재계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분야에도 커다란 충격을 던져줬었다. 주가는 연중 최저치인 534.74까지 곤두박질 쳤고 최태원 SK㈜ 회장은 구속됐었다.
지난해에는 SK글로벌 분식회계에 대한 시장 충격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현대상선이 스스로 분식회계사실을 시인하고, 국민은행은 금융감독당국 조사결과 수천억원의 분식 사실이 드러나 행장이 교체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현대상선의 경우 DJ정부의 남북협력 과정에서 북한으로 송금한 금액 등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총 1조4513억원의 분식규모가 드러났다.
또 하이닉스(舊 현대전자)가 99회계연도 기준으로 2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증권집단소송제도 적용이 2년간 유예되고 금융감독당국은 대기업의 자진고백을 받아내기 위해 '제재 2단계 경감'과 '감리 제외'라는 달콤한 사탕까지 쥐어줬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금융감독당국의 감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난 2003년 720억원을 대차대조표상 과대계상을 하는 분식회계를 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
두산산업개발 역시 지난 8월 '형제의 난'을 벌이는 과정에서 지난 95년부터 2001년까지 무려 6년 동안 매출액 약2979억원을 부풀린 사실을 고백했다.
두산산업개발은 지난 95년부터 2001년 사업연도까지 완공 시점에 도래한 건설 프로젝트의 원가 중 일부를 다른 건설 프로젝트의 원가로 이체해 매출액을 과다하게 선인식하게 함으로써 순이익을 과대 계상하는 방식으로 분식을 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 벤처1세대 신화인 터보테크와 로커스도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침몰'해 분식회계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벤처기업까지 번져 있음을 확인 시켜주었다.
터보테크의 경우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을 이용한 700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을 인정하고 장흥순 대표가 불명예 퇴진하는 한편 이를 반영한 재무제표를 지난 14일 발표했다.
로커스 역시 6월말 반기 재무제표에서 단기 금융상품을 584억원이라고 게재했으나 이 중 390억원이 기업어음(CP)인 것으로 드러나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벤처기업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아직도 곪아있는 '재계'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분식회계라는 '고름'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기업이 더 많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과거 정경유착으로 인한 기업들의 정치권 비자금의 잔재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이 여전히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연말에 분식회계 자진고백이 줄을 이을 것"이라면서 아직도 분식회계의 망령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국내 기업의 분식회계는 세계의 이목은 물론 우리나라 국민들에게조차 기업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가장 치명적인 요소라는 것이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래도 고백할 기회가 주어진 내년 말까지 많은 기업이 '고해성사'를 함으로써 과거에 저지른 죄 값을 치르고 국민들 앞에 새로운 자세로 거듭 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