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잡하고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각종 디지털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수입물품에 대한 세율을 결정하는 관세 품목번호(HS Code) 분류를 잘못해 수출입기업들이 세금을 적게 내거나 많이 환급받아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수출입업체들이 수입을 하기 전에 미리 수입하고자하는 물품의 세 번을 질의해 유권해석을 받는 품목분류 사전 심사기간이 현행 30일에서 내년 6월에는 15일로 줄이는 등 민원서비스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품목분류 오류로 추징된 세금은 3482억원에 달하며 최근 그 추징액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품목분류란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각종 물품을 세계관세기구(WCO, World Customs Organization)가 정한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에 의거해 하나의 품목번호에 분류하는 것을 말한다.
품목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는 해당 품목번호마다 적용되는 관세율이 미리 정해있어 품목분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납부할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신상품의 경우 품목분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과세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MCP(Multi-chip Package, 복합반도체칩) 품목분류와 관련, 삼성전자 등에 2935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추징된 사건이었다.
당시 전자업체들은 수년간 MCP를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단순IC(Integrated Circuit)로 분류해 왔으나 세관의 사후심사과정에서 관세율 8%가 적용되는 품목으로 판정돼 수천억원의 세금을 물게 된 것이다.
이같이 사후에 품목분류가 잘못된 사실이 적발돼 엄청난 세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받는 수출입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받게 되면 수출입 통관시 유권해석을 받은 대로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납부할 세금과 환급액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품목분류 심사 어떻게 달라졌나
관세청은 수출입기업들이 품목분류 오류로 인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거나 품목분류 심사를 받지 못해 수입이 지체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9개 과제를 발굴, 현재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8월부터 품목분류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품목별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자문단을 구성, 해당 물품의 용도·규격·작동원리 등을 파악하는 한편 월 1회 개최하는 품목분류협의회를 월2회로 확대했다.
관세청은 품목분류 조기확정을 위해 관련업체와 민·관 협의체를 구성, 한국전자산업진흥회 등 무역관련 협의회나 무역업체에서 신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관세청장이 해당 물품에 적용될 품목분류를 결정해 통보하고 있다.
또 민원처리 단계별 분석팀 운영을 통해 처리과정에서 지체요인이나 개선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개선하고, 민원처리 사례에 대하여 건별이나 정기적으로 고객만족도 평가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관세청은 이와 함께 무역업체가 수입하는 신상품의 품목분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품목분류 확인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회신 고객에 대한 만족도 평가시스템도 운영할 예정이다.
관세청 이원성 심사정책과 사무관은 "내년 6월까지 민원처리 개선방안이 착실히 시행될 경우 선진국 보다 더 빠른 15일 내에 품목분류회신을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납부할 세금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어 세관 통관 후 심사에 의한 거액 추징되는 사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